이미 이스라엘 측은 "재고의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 미국의 '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책 기조'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67년 이전 국경은 옹호의 가치가 없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이 이전 영토선을 기준으로 땅을 양보하면 이스라엘은 말이 국가이지 변방의 한 지역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날 형식적인 정상회담만 했을 뿐 전날 오바마의 발언을 놓고 잔뜩 신경전을 벌였다. 오바마는 자신이 한 발언의 저의를 설명하려고 했지만, 이스라엘의 심기는 이미 틀어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오바마의 다음 발언에 주목해야 한다. 오바마는 같은 날 연설에서 "유엔이 일방적으로 팔레스타인의 국가 존립을 인정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국경 문제에서는 구두로 팔레스타인 편을 들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스라엘 편을 들어줌으로써 양쪽으로부터 실리를 챙기려는 시도라고 분석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정치 세력인 유대인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해치지 않으려고 했다고도 할 수 있다. 당장은 이스라엘이 오바마 발언에 기분이 나쁘겠지만, 아직 미국은 이스라엘 편이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오바마는 지금 '한 마디' 돌 팔매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그동안 이스라엘과 직접 충돌하면서 요르단 서안지구를 돌려받으려는 노력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다. 그래서 차라리 유엔을 직접 두드려 독립국가 승인을 받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유엔 종주국인 미국이 오는 9월에 있을 이 논의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해 큰 변수가 없는 한 팔레스타인의 꿈은 실현되지 않을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팔레스타인은 동정표가 많다. 사실 유엔 총회 표결로만 이 문제를 결정한다면 팔레스타인의 국가 승인은 거의 확실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중동에서 팔레스타인이 정식 국가로 인정받게 된다면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고립은 더욱 심화된다. 주변 국가들이 다 이스라엘과 담을 쌓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계획을 거부하겠다는 의미다. 가뜩이나 중동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반 이스라엘 정서가 고조되고 있어 이를 부채질 하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이와 동시에 오바마는 이스라엘도 양보할 것은 양보하라는 의미로 국경 문제를 거론했다. 이 문제는 결국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두 주체가 해결할 문제지, 미국이 결정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그의 '립서비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의 심기는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오바마는 당장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마음을 잃었겠지만, 중동에서 미국이 펼치려는 민주화, 테러조직 섬멸 등의 계획에는 그의 19일 발언이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오는 9월 팔레스타인의 국가 승인을 미국이 거부해 성사되지 않으면, 이스라엘은 결국 미국 편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오바마의 생각이 어떤 귀결을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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