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이날 현지 일간 에스노스(Ethnos)와의 인터뷰에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채무 구조조정은 결코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민영화를 비롯한 재정긴축 프로그램이 실패하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내년에 필요한 자금은 더 이상 시장에서 조달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특히 "채무조정을 피하기 위해 500억 유로 규모의 공공부문 민영화 프로그램을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수도와 전기 등 주요 공공재 관련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정 지분을 확보해 급격한 가격인상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 정부가 채무조정 가능성을 재차 일축한 것은 전날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세 단계 강등한 것과 무관치 않다. 피치는 "그리스가 어떤 식으로든 채무조정에 나설 경우, 시장은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한 것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7일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에서 그리스의 '소프트 채무조정'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 이런 우려를 확산시켰다. 당시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의 부채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그리스는 이제 소프트 채무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프트 채무조정은 채무의 상환기간을 늘리거나 금리를 조정하는 것으로 채권상각까지 포함하는 일반적인 채무조정과는 다르다.
융커의 발언이 전해지자 ECB도 즉각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ECB는 그리스가 공공부문 민영화 등을 통해 재정긴축 강도를 높여 채무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리스의 채무조정이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등 역내의 다른 재정위기국으로 확산되면 유로화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에발트 노보트니 ECB 집행이사는 이날 그리스 일간 토비마(To Vima)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는 긴축정책을 취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권은 없다"며 "ECB의 입장은 (11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 대가로) 이행하기로 한 재정 긴축프로그램을 따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르겐 스타크 ECB 집행이사도 그리스 일간 카치머리니(kathimerini)를 통해 "어떤식으로든 채무조정이 이뤄지면 그리스는 채권시장으로 되돌아갈 수 없고, 재정개혁은 무산될 것"이라며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점으로, 이제는 행동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구제금융을 추가로 지원받으려면 그리스에 긴축의 강도를 높이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가 재정긴축의 강도를 높이기엔 국민들의 저항이 심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 보너스 삭감, 특정 제품 및 전문직에 대한 증세 등의 내용을 담은 재정긴축 강화안을 이번주 새로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3년째 침체를 겪고 있는 경제 탓에 허덕이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더 이상의 긴축은 감당할 수 없다며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MRB가 이날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 80%가 구제금율을 더 지원 받기 위한 어떤 희생도 반대한다고 답했다. 또 집권당인 사회당(PASOK)에 대한 지지율은 21.5%로 지난달 조사 때보다 1.8%포인트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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