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해 11월 113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 받은 아일랜드와 최근 1140억 달러의 자금 수혈을 받기로 한 포르투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재정적자와 부채 규모에 비해 지원액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도 위험에 노출된 이들 국가의 국채 수익률은 다락처럼 치솟고 있으며, 유럽 경제대국 가운데 하나인 스페인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위기의 전조인지 22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집권 사회당에 등을 돌렸다.
이런 가운데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이날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PIGs) 재정위기와 관련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나마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스페인이 나머지 국가들과 탈동조화(디커플링)하는 것이다. 스페인이 다른 길을 가는 사이 유럽은 시간을 벌어 나머지 국가들의 채무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채무조정이 전제돼 있는 만큼 낙관할 수만은 없는 가정이다. 채무상각과 만기연장, 금리조정 등을 두루 포함하는 채무조정은 시장의 불신을 부추긴다. 해당국은 시장에서 배제돼 결국 디폴트를 선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시장에서는 그리스를 채무조정 1순위 후보로 꼽고 있다.
포춘은 다음으로 스페인이 탈동조화에 실패하는 경우를 가정했다. 스페인이 스스로 정한 재정적자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결국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 사이 국채 수익률이 급등해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진 스페인 은행들은 향후 2년간 국내총생산(GDP)의 14%에 달하는 부채의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
그러나 스페인 국민들은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구제금융에 저항해 채무조정 자체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스페인 국민들은 이날 지방선거에서 이미 유럽 최고 수준의 실업률과 재정난에 대한 실망감과 반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집권 사회당은 야당인 국민당에 참패했다.
포춘은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스페인의 몰락에 따른 충격은 이탈리아와 벨기에로도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PIGS 국가들이 무분별하게 디폴트를 선언하는 경우다. 디폴트 쓰나미는 유로존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과 시스템을 뒤흔드는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포춘은 지난달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아일랜드 은행권의 신용등급을 정크 등급으로 무더기 강등한 것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춘은 얄궂게도 유럽 재정위기의 핵심은 유로화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유럽 개별국가가 일방적인 평가절하를 단행해 이익을 취할 수 있었지만, 유로존 공통 통화인 유로화에는 손을 댈 수 없어 어쩔 도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유로존이 지금까지 버텨온 것 자체를 기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고 포춘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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