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그룹 내부거래 관련 공시를 감독하는 공정거래위원회 A 과장은 과태료 부과기준을 묻는 질문에 최근 이렇게 답했다. B 조사관에게 다시 물었더니 직급이 낮아 직접 언론을 상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언론은 과장만 상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부적으로 공보규정을 그렇게 정했다면 따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담당자로부터 3~4차례 답변을 거절당한 이후 결국 문의에 응한 것은 B 조사관이다. 질문했던 대기업그룹 계열사가 내부거래 내역을 기한보다 최대 반년 이상 늦게 알렸다는 것을 확인해줬다. 당시 공정위는 주요 대기업그룹을 상대로 내부거래 관련 공시의무를 어겼는지를 조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해당 부서 과장은 관련 규정조차 모른다고 답했다.
공정위는 2007년부터 해마다 대기업그룹 내부거래 공시의무 위반사례를 발표했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조사를 실시한다는 것까지 알렸다.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지난 3월에 열렸던 '공정사회추진위원회'가 대기업그룹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위원회는 대기업그룹 총수 측이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세금 없이 부를 대물림하는 것에 대해 과세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근거를 상속·증여세법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편법 상속·증여 의혹을 제기해온 점을 감안하면 늦은 감도 있지만 긍정적인 움직임이다. 다만 제대로 과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행 규정을 숙지하는 것부터 선행돼야 할 것이다. 대기업그룹 내부거래 공시는 일감 몰아주기를 포착할 수 있는 근간이다. 공정위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되레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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