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적지 관리는 정유사간 암묵적인 합의에 따라 주유소가 거래처를 쉽게 옮기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정유사간 시장경쟁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행위를 뜻한다. 돌이켜 보면 이 문제는예전에도 수차례 거론됐었다. 특히 공정위가 2008년경 정유사의 주유소 전속계약 등 배타조건부거래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릴 때 이 문제도 함께 지목했었다. 지금은 담합으로 간주하는 문제를 당시엔 간단히 처리했던 것을 보면, 심사의 일관성이 부족함을 드러낸다. 물가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뒤늦게 외양간을 고치려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심사 기준이 부정확한데 선수들이 뭐가 위반인지 제대로 알겠는가? 결국 문제가 지금처럼 커진 것은 초기에 바로잡지 못한 공정위의 책임도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원적지관리가 담합으로 결론 나도 어떻게 고쳐야 할지는 어려운 숙제로 남는다. 하지마란다고 안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유소가 거래처를 바꾸고 싶다고 정유사가 무조건 받아줘야 할 의무가 없다. 또한 대부분의 주유소는 정유사의 다양한 지원을 받기 때문에 거래처 이전의 자율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도 있다. 이밖에도 많은 문제가 얽혀 있다.
주유소 ‘혼합판매’도 이와 유사한 성질이다. 공정위가 정유사의 배타조건부거래를 제한해 주유소가 다수 정유사 간판을 내걸고 혼합판매를 하도록 유도했지만, 실제 시행하는 곳은 전무하다. 혼합판매든 원적지관리든 문제의 맥락은 같다. 혼합판매처럼 원적지관리도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실적이 없는 혼합판매 정책은 사실상 현재 내팽개처져 있다. 문제 개선이 왜 안되는지 분석하고 결과가 나올때까지 해법을 찾는 끈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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