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기업이라도 이를 받아들이게 되면 다른 업체들이 노사협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유성기업 파업사태가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이유다.
이러다보니 완성차업체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협력업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산차질에 따른 출고 대기기간이 길어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임금 낮춰야" VS "임금 조정 불가"
국내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은 그동안 ‘24시간 주야간 맞교대’ 근무를 실시했다. 주간조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야간조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밤샘 근무를 하는 구조다.
선진국에서는 야간 근무가 근로자들의 건강을 해치고 가족관계에 부정정인 영향을 미치는 등 문제가 많다는 이유로 이를 폐지시켰다. 국내에서도 근무형태를 ‘24시간 주야간 맞교대’를 주간연속 2교대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다. 주간연속 2교대는 밤 12시 이후에는 일을 하지 않는 근무형태이다.
특히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주간연속 2교대를 중요 노사현안으로 여기고 이를 사용자 측에 관철시킬 방침이다. 주간연속 2교대가 자동차업계 최대 이슈로 떠오른 것.
하지만 주간연속 2교대를 도입을 놓고 사용자와 근로자는 확연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사측은 이 제도를 도입하면 근무시간 줄어드는 만큼 임금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는 임금 삭감이나 근로강도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성기업 노조가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과 완전 월급제를 목표로 파업에 들어갔다. 때문에 유성기업 노사협상은 다른 부품사뿐 아니라 완성차업체들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만도가 지난 2003년 주 40시간 근무제 도입하면서 노사가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에 합의한 것이 완성차 노사협상에도 영향을 끼쳤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유성기업이 임금 삭감 없이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을 합의하게 되면, 현대·기아차 등은 이를 기준으로 노사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것”이라며 유성기업 파업사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피해 규모 2조300억원 추정”
자동차업체의 생산차질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유성기업으로부터 엔진 핵심부품인 피스톤링의 70%를 납품 받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이번주 생산차질이 발생하는 차량들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기아차 소하리공장에서 생산되는 카니발 디젤모델의 생산이 20일 이후 중단된 상태이다. 22일 이후 현대차 울산공장의 투싼ix 디젤모델과 싼테페 디젤모델이 생산차질을 빚고 있다.
이어 24일에는 엔진재고 소진으로 울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스타렉스와 포터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25일 이후부터는 베라크루즈, K5, 스포티지R 등 인기모델들을 비롯해 상용 버스 및 중대형트럭 모델들도 줄줄이 생산차질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사태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달 말일까지 총 4만8000여대의 생산차질과 8270여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5000여개의 협력업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생산차질이 계속될 경우 발생하게 될 협력사의 매출 손실은 총 1조203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기아차의 매출손실과 합치면 총 2조300여억원의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생산차질로 K5와 그랜저 등 인기차종들의 출고 대기기간이 더욱 길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만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K5는 2만2000여명의 고객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고 출고대기기간만 약 3~4개월에 이른다”며 “최근 영업소로 유성기업 파업사태로 출고대기기간이 길어지는 지는 것 아니냐는 항의전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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