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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조정·디폴트 소문에 시장불신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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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2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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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무조정·디폴트 소문에 시장불신 커졌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재정위기의 전이 공포가 또다시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새로운 불씨는 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에서 다시 불거졌다. 잇따라 제기된 채무조정설과 채무불이행(디폴트)설이 시장의 불신을 확대 재생산한 것이다. 그리스는 23일 국유자산 민영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시장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그리스, 민영화 속도…국민 저항 우려
그리스 정부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국유자산 민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주말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세 단계 강등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리스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채 발행을 통한 자본 조달이 더 어려워졌다.

그리스 재무부는 이날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 주재로 열린 중기(2011~2015년) 재정 전략 관련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통신회사 OTE, 국영은행인 포스트뱅크, 피레우스·테살로니키 항만, 테살로니키 수도 등 공기업에 대한 정부지분 매각 절차를 즉각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OTE와 포스트뱅크는 보유 지분 전량을, 피레우스·테살로니키 항만에 대한 정부지분 최대 75%를 올해 안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그리스 정부는 당초 민영화 프로그램을 통해 2013년까지 150억 유로, 2015년까지 500억 유로를 각각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유로존의 압력 탓에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게오르게 페탈로티스 정부 대변인은 또 이날 각의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7.5%로 설정한 올해 재정 적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60억 유로의 추가 긴축 조치들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가가치세 추가 인상, 공공부문 정규직 인력 해고를 포함하는 공공부문 지출 추가 삭감 등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가 재정긴축의 강도를 높이기엔 국민들의 저항이 심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추가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전제조건이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여론조사업체 MRB가 이날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 80%가 구제금융을 더 지원 받기 위한 어떤 희생도 반대한다고 답했다. 또 집권당인 사회당(PASOK)에 대한 지지율은 21.5%로 지난달 조사 때보다 1.8%포인트 떨어졌다.

◇스페인, 지방선거 참패 직격탄
스페인이 또다시 벼랑끝에 몰리게 된 데는 지난 22일 치러진 지방선거가 직접 원인이 됐다. 계속되는 재정난과 고용 악화에 지친 스페인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집권 사회당은 27.8%의 득표율로 37.5%를 얻은 국민당(PP)에 참패했다. 이로써 1979년 민주화 이후 사회당의 본거지였던 바르셀로나와 세비야, 카스티야라만차 등 주요 지역은 모두 국민당으로 넘어갔다. 올해 1분기 실업률이 21%, 청년실업률은 무려 45%에 달하는 등 유럽에서 가장 높은 실업률이 현 정부에 대한 젊은이들의 반감을 고조시킨 결과다.

사회당의 선거 참패 소식은 곧바로 스페인의 재정위기 우려로 이어졌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각종 재정안정대책이 집권당의 선거 패배로 보류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국민당 소속 지방 자치단체장들은 중앙정부의 부채 경감 방안에 반기를 들 태세다.

이에 이날 10년 만기 스페인 국채와 벤치마크인 독일 10년 만기 국채와의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는 올 들어 최대폭 상승하며 261베이시스포인트(bp·1bp는 0.01%포인트)까지 확대됐다.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정권은 정치적 불안에도 계획했던 국영기업들의 민영화 작업은 일단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스페인 정부는 이날 국영 복권회사 LAE(Loterías y Apuestas del Estado)의 지분 매각을 위해 금융 및 법률 자문사 3곳을 선정, 이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아우렐리우 마르티네스 LAE 회장은 정부가 LAE의 지분 30%를 기업공개(IPO)를 통해 매각하길 희망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65억~75억유로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이외에도 대형 공항 두 곳의 민영화를 추진 중이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9.2%였던 재정적자 비율을 올해 6%, 내년에는 4.4%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탈리아, 신용등급 전망 강등 충격
이탈리아는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주말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하면서 위기에 노출됐다.

S&P는 지난 20일 취약한 성장 전망과 정치적 개혁 의지 부족을 이유로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S&P는 특히 '스캔들 메이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의 정치적 능력에 의문을 표하며 이 같은 정치적 교착상태가 재정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S&P의 등급 강등은 시장에서 잠시 잊혀졌던 이탈리아 재정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고, 시장은 유로존 최대 경제국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부실한 재정 상황을 주목하게 됐다.

S&P는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이나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고 나섰지만, 이미 동요한 투자자들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스페인과 그리스 등 다른 재정위기국들의 상황과 맞물려 이날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와 독일 국채 간 스프레드는 올 들어 최대인 186bp까지 벌어졌다.

그간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그리스 등 다른 유럽 국가에 집중됐던 시장의 관심이 자국으로 쏠리자 다급해진 이탈리아 정부는 서둘러 재정 개혁 방안을 내놨다. 수년 내로 수백억 유로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오는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350억~400억 유로 규모의 재정적자를 감축하는 방안을 다음달 내놓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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