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대한항공처럼 IFRS 탓에 손해를 본 쪽도 있다. 이 회사 부채는 회계기준 변경으로 180%포인트 이상 늘었다.
IFRS가 올해부터 자산총계 2조원 이상인 상장사를 대상으로 일괄 적용되면서 업종별 명암도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25일 금융감독원에서 만든 IFRS 도입 영향 자료를 보면 올해 새 회계제도를 도입한 18개 업종 65개 기업 가운데 에너지·은행·해운업종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 반면 항공·자동차업종은 부정적으로 예측됐다.
◆총자본 에너지 37%↑·항공 24%↓
에너지업종은 IFRS 도입으로 장부상 외형을 가장 크게 늘렸다. 장치산업 특성상 사업용 보유자산을 시장가치에 맞춰 재조정하는 것만으로 자본총계가 37.3%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전력공급에 따른 수익인식 시점 변화도 긍정적이다. 기준이 검침에서 발생시로 바뀌었다. 검침 후 1개월까지 수익으로 인식되지 않던 것이 곧바로 반영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항공업종 자본총계는 24.6% 감소했다. 마일리지에 대한 회계기준이 바뀐 탓이다.
지금까지는 마일리지 제공시 대가를 모두 수익으로 인식해 보상비와 충당부채로 잡았다. 이에 비해 앞으로는 마일리지 공정가치를 수익에서 뺀 뒤 부채로 처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일리지를 20만원짜리 비행기 탑승권으로 바꿀 경우, 좌석 원가가 10만원이라면 예전에는 10만원만 비용·부채로 처리했다. 이를 IFRS 도입시에는 20만원을 모두 부채로 계상해야 한다.
자동차업종도 자본총계가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연결대상 기업 기준이 높아진 탓이다. 예전에는 지분 30% 초과 대주주이면 연결대상 종속기업에 넣었다. 이에 비해 새 기준에서는 50%를 초과해야 한다.
현대차를 보면 예전까지는 33.8% 지분을 가진 기아차를 연결대상에 포함했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연결대상에서 제외한 뒤 지분법으로 경영실적을 반영해야 한다.
통신사는 한꺼번에 수익으로 계상했던 가입비를 기간별로 나눠 장부에 반영하게 돼 이익이 줄어든다.
◆최대 수혜는 금융업종
신한금융지주가 순이익을 예상치보다 2000억원 이상 늘릴 수 있었던 것은 부채로 여겼던 항목을 자본으로 변경하게 된 영향으로 풀이됐다.
예전 회계방식에 비해 금융지주 자본총계는 13.60% 늘었다. 순이익도 10.21% 증가했다. 은행을 보면 자본총계가 13.29%, 순이익은 10.21% 늘었다.
주식·채권 성격을 동시에 가진 하이브리드 채권인 신종자본증권이 부채에서 자본으로 분류된 데 따른 것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일반 채권처럼 확정된 이자를 지급하지만 주식처럼 만기나 상환의무를 갖지 않는다. 부채와 자본 성격을 동시에 나타낸다.
손실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미리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 설정방법도 발생손실모형으로 전환됐다. 이를 통해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감소한 것도 장부상 외형을 개선시켰다.
발생손실모형에서는 미래 예상손실이 아닌 과거 발생사건 결과로 현재 대출 채권에 내재된 손실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한다.
다만 대손충당금을 느슨하게 쌓아 온 캐피털사 충당금은 증가한다.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장부상 변화일 뿐 본질가치 그대로"
갑자기 순이익을 2000억원 이상 늘리거나 부채를 2배 가까이 증가시킬 수 없는 만큼 본질가치 변화는 없다는 것이 증권가 설명이다.
IFRS 도입 초기 일시적인 증감을 감안하면서 재무제표를 투자에 활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금감원 회계제도실 관계자는 "증권가에서 IFRS 효과에 주목하고 있지만 실상 펀더멘털 개선이 아닌 회계제도 변화에 불과하다"며 "기본적인 기업가치 변동은 없다"고 말했다.
IFRS 도입으로 연결 재무제표를 주로 쓰게 된 만큼 공시 체계도 이를 반영해 변경될 예정이다. 내년부터 새 회계기준을 도입하는 자산 2조원 미만 지배기업이 개별 재무제표만 공시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점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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