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잦은 고장이나 사고에도 불구하고 코레일이 “대수롭지 않은 문제 때문”이라며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발상이라는 비판이다.
또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서야 열차 차량에 문제가 있다며 제작사인 현대로템에 뒤늦게 회수, 수리를 요청한 것도 사안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거나 관리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코레일 허준영 사장의 성과주의 경영방침과 대규모의 감원이 비난의 포화를 맞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 점검주기 연장에 따른 유지보수의 불안정성 문제나 인력부족 문제, 철도의 네트워크 특성을 깨뜨리는 외주 위탁, 철도시설물에 대한 구조적 결함 등에 대한 방안도 아직까지 전혀 거론되고 있지 않고 있다.
현재 가장 우려되고 있는 검사주기 연장의 경우, 코레일 측은 국내 철도차량 제작기술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했고 차량의 안전운행을 좌우하는 주요 부품의 내구성이 향상됐기 때문에 검사 주기를 다소 길게 잡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TX열차와 KTX산천에 대한 검사주기는 지난해 8월부터 5000km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 이전에는 3500㎞이었다. 검사주기가 1500km 더 늘어나면서 그 만큼 관리도 부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난 1월부터 전기기관차의 경우 기존 700㎞에서 1000㎞, 디젤기관차는 1200㎞에서 2800㎞, 새마을호동차는 2000㎞에서 3500㎞, 전기동차는 2500km에서 3500km로 검사주기를 조정하는 등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는데 있다.
새마을호동차는 지난 5월부터 검사주기 연장을 정상시행을 하려했지만 최근 발생한 사고로 인해 7월로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코레일 측은 “일상검수 정비주기는 지난 2004년 KTX 도입 당시 5000㎞ 운행 시마다 검수하도록 설계됐다”며 “프랑스 기술진도 5000㎞ 운행 시마다 검수할 것을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철도노조 관계자는 “기계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점검을 자주 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며 “사고나 고장이 잦은 KTX산천에 대해 해외 정비기준을 내세우며 점검 주기를 늘린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코레일이 지난달과 이 달에 잇따라 내놓은 안전대책도 ‘뜬구름 잡기’ 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책을 보면 기동안전점검팀을 만들어 철도 일선 현장의 규정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안전 위해 행위를 개선하는 등의 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조차 이는 실질적인 안전대책이라기 보다는 ‘구호성’ 활동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게다가 코레일은 안전문제를 발견한 직원에 대해서도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최근 모터감속기 고정대 결함을 발견해 KTX산천 차량점검의 계기를 만들었던 직원은 특별 승진시킨 반면, KTX 모터감속기 결함 사진을 언론사에 제공한 직원에 대해서는 출두감사와 함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안전문제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돌리게 해줬던 계기에 대해서는 포상을 했지만 감추고 싶은 치부에 대한 정보제공에 대해서는 ‘괘씸죄’를 적용한 것이다.
국민 안전이 직결된 사항을 알리기 위한 내부고발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더욱이 코레일은 지난 2008년 코레일 인재개발원에서 감사실 전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부패행위 신고자 신분보호’ 실천결의 대회·서약식을 가진 바 있다.
코레일 측은 “노조 조합원 2명이 9일 고양 차량기지 내에서 KTX 부품 사진을 무단으로 촬영해 언론에 제공했다”며 “이는 허위사실 유포 행위와 무단으로 내부 정보를 유출하는 행위이기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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