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통신비 인하를 놓고 사업자, 소비자, 정치권의 틈바구니에 끼여 고생하고 있어서다.
어느 누구 쪽 손을 들어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들의 눈치를 하나하나 살펴야 하는 모양새다. 속된 말로 '끝발'이 전혀 안 선다.
사연은 이렇다.
통신요금 인하 발표을 위해 방통위가 당초 잡았던 D-데이는 23일이었다. 이미 여러 차례 미룬 뒤에 잡은 날짜다.
이날 방통위는 △문자메시지 월 50건 무료 제공 △청소년·노인 가입비 50% 인하 △소비자가 음성·문자·데이터 사용량을 선택하는 모듈형 요금제 도입 △이동통신 재판매사업자(MVNO) 활성화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단말기 매매가 가능한 블랙리스트제도 도입 등을 통신비 인하방안으로 내놓으려 했다.
이에 대해 당장 한나라당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직접적인 통신비 인하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본료·가입비 인하방안이 빠져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나라당으로선 내년 총선도 멀지 않았으니 국민들의 표심을 살 만한 근사한 '선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방통위는 투자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통신사업자의 입장도 모른 체할 수만은 없다.
KT·SK텔레콤·LG유플러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유행해 데이터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롱텀에볼루션(LTE) 등 차세대 망을 구축하는 데도 수조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기본료와 가입비는 바로 순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기본료는 표준요금제를 기준으로 월 1만2000원이다.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가입자에게는 기본료가 통신요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지난해 이통 3사는 기본료로 8조7000억원을 거둬들였다. 이는 전체 매출 약 22조800억원의 40%에 육박한다.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약 5098만명인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기본료를 1000원만 덜 받아도 연간 5000억원 이상의 수입이 줄어든다.
반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요금인하 효과는 미미하다.
많게는 매달 10만원 정도의 통신요금을 내야 하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1000원은 겨우 '1%' 수준이다.
휴대폰 이용자들은 두자릿수의 인하폭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이통3사 전체가 매년 수조원의 순익을 챙기면서 이용자들에게 너무 인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해관계자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해법은 없을까.
가만! 여기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얘기를 한번 끄집어내보자.
한 아기를 놓고 자신이 진짜 엄마라고 주장하는 두 어머니가 있었다.
두 여인은 지혜의 왕이라 칭송받는 솔로몬 왕 앞에 나와 판결을 청했다. 그러자 솔로몬은 아이를 반으로 갈라서 반반씩 나눠 가지라고 했다.
한 여인은 "그러마" 했고, 한 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제 아이가 아닙니다" 하며 아이를 내주었다.
방통위가 '솔로몬의 해법'을 내 놓기를 기대해 본다. 무리한 요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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