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의장님은 논리가 아주 탄탄해 당 정책을 합리적으로 잘 이끄실 분이다.”
한나라당 이주영,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이 서로를 ‘한줄로’ 평가한 내용이다. 이런 덕담과는 달리 현실 정치판에서 이들은 여야를 대표해 정책을 놓고 진검승부를 벌여야할 운명이다.
양대 정책수장은 닮은 점이 많다. 우선 정책위의장으로 서는 과정은 험난했다. 당내 주류로서 전쟁 승리 후 전리품을 챙기듯 ‘무혈입성’한 게 아니란 소리다.
이주영 의장은 3선이면서도 중도성향으로 비주류였다. 이 의장은 당초 원내대표 경선에 나섰지만 황우여 원내대표와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를 했고, 친박계·소장개혁그룹의 지지세를 타고 극적으로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됐다. 여권발 쇄신바람이 분 것이다.
박 의장도 DY(정동영)계로 당내에선 비주류다. 특히 민주당은 여성에게 그간 정책위의장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 역시 당쇄신 신호탄과 함께 정책수장 자리에 올랐다.
이들은 또 국회 법제사법위와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둘다 자타공인 ‘경제·정책통’이다. 이 의장은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대한민국의 경제를 말하다’는 헌법정책세미나를 열고 “높은 수출의존도로 외부 충격에 취약한 우리경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등 준비된 정책위의장 면모를 보였다.
박 의장도 같은달 25일 국회에서 ‘미친 등록금의 나라 맞습니까’라는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열며 등록금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선제적 대응을 했다.
닮은 꼴인 이들의 정책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계기로 촉발한 금융감독시스템 쇄신방안을 놓고서다. 한국은행에 단독 조사권을 부여하는 한은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이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의장은 “금융감독원의 독점적 감독기능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며 조속한 법개정을 촉구한다.
반면 이 의장은 신중론이다. 그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인 만큼 한은과 금감원의 공동검사권 양해각서(MOU) 법제화 추진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최대 이슈로 급부상하는 ‘반값 등록금’에 대해선 표면적으로는 ‘의견일치’다.
박 의장은 “6월 국회에서 반값 등록금 대책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장도 “당에서 정책을 개발하고 정부와 협의해 합리적인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을 수립,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국민 앞에 밝힌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등 여권내 반값 등록금 반대 목소리에 대한 경고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민주당 측에선 “여당이 우리 것을 따라하는 것은 좋은데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입장이고, 한나라당 측은 “민생고를 해결하는 데 여야는 따로 없다”는 반응이다.
양대 여야 정책수장이 6월 국회에서 민생현안 해결을 위해 진정으로 머리를 맞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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