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서울 남대문 본관에서 ‘국제금융시스템의 미래(Future of the International Financial Architecture)’를 주제로 개최한 국제컨퍼런스에서 아이켄그린 교수는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역사적으로 볼때 금융위기는 보통 4년에 1번 온다”며 “대출 시스템이 강화됐기 때문에 다음에 오는 금융위기는 기존과 다른 성격일 것이나 국제금융시스템이 강력하지 않기 때문에 위기는 상존해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컨퍼런스 개회 직후 기조연설을 통해 △은행 적정 자기자본 규제 개선안(바젤 Ⅲ) 보완 △다국적 은행의 파산·정리절차 확립 △IMF 역할 정립 3가지를 국제금융시스템 개혁에 대한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또한 “미국의 양적완화정책(QE2)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일종의 보험체계였으나 현재의 국제금융시장은 인플레를 우려하는 상황”이라며 “내년까지는 버냉키 의장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므로 2012년까지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이 이에 대비할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특히 IMF 역할 정립과 관련해 “IMF가 국제금융시스템 불안의 원인이 됐던 글로벌 불균형 해소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이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개별국가에 대해 불균형 축소 정책을 강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장치로 그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환율조작국 제재,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국 보유액에 대한 누진과세, 특별인출권(SDR) 배정에 대한 불이익 부과 등을 들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중앙은행의 금융감독권에 대해 그는 “당국과 중앙은행 간 정보 공유가 없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영국의 경우 영란은행과 금융당국의 소통부제로 100년만에 뱅크런인 ’노던락‘ 사태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통화 통합에 대해 그는 “향후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 유로화와 함께 3대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며 “한국이 이로 인해 불리해진다고 생각지는 않으며 위안화나 유로화 등 달러화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한국 외환시장 안정화와 관련해 그는 “외환보유액 증가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므로 안정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면서도 “한국이 은행을 대상으로 파생상품 선물환 등에 대한 규제를 실시하는 등 지난해에 이어 금융안정화에 큰 진전을 봤다”고 평가했다.
앞서 아이켄그린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외화유동성 부족을 대비해 외환보유액을 축적하는 유인을 줄여야 한다”며 “IMF는 긴급 유동성 대출제도를 개선해 차입국들의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상황에 있어 메가뱅크의 적합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스위스가 대형은행의 대마불사를 방지하기 위해 자기자본 비율을 18%로 지정했다”며 “이는 바젤 3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한국은 이같은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국제통화체제 개편과 관련, “IMF는 SDR이 달러중심 통화체제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민간의 SDR 거래가 제한적인 점을 감안할 때 달러, 유로, 위안화 등 복수통화가 기축통화로 통용되는 다극적 기축통화시스템이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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