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토해양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에 따르면 KTX산천은 운행을 시작한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14개월 동안 41차례의 크고 작은 고장과 사고로 신뢰를 잃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과 KTX산천의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고속철 해외수출을 핑계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문제 덮기’에만 급급했다. 또 코레일이 내놓은 대책도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기 보다는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 땜질식 처방에 그치고 있다.
코레일이 최근 내놓은 KTX 안전대책은 9월 추석 전까지 KTX 운행량을 6% 줄여 정비시간을 늘리고, 프랑스에서 도입한 KTX 11개 주요부품 교체시기를 당초 2012년에서 오는 9월 말까지 앞당기는 것 등이다.
하지만 이들 부품은 KTX산천의 핵심으로 이른 시일 내에 기술적 보완이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욱이 팬터그래프, 고압회로, 중련 통신장치 등 4개 부품은 아직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 역시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이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등 수동적으로 끌려다니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토부는 KTX산천 사고가 잇따를 때 마다 “사업비 200억 달러(약 22조원)에 달하는 브라질 고속철도사업 수주를 앞두고 있는 만큼, 국익 차원에서 비판을 자제해달라”며 ”큰 하자는 없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해왔다.
고속철시민모임 배준호 교수는 ”고속열차 개발 사업을 민간 회사에 전적으로 맡겨서는 기술개발이 이뤄질 수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지원이 있어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기술과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개입한 근거가 없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있다. 코레일이나 제작사인 현대로템이 알아서 해결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KTX산천의 고장에 대해서는 코레일과 현대로템이 맺은 하자 보상에 관한 계약조건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서는 철도안전법에 따라 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강승필 교수(대중교통포럼 회장)는 “일본 동일본 철도회사의 경우 수동적인 안전대책에서 도전적인 안전대책으로의 전환을 골자로 하는 ‘철도안전21’을 마련하고 5년간 약 5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시스템화된 철도안전 체계를 완성했다”며 “우리도 구조적인 철도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필요하다면 재정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철도차량 제조의 실질적인 독점 문제와 코레일 적자운영의 해결책 마련도 필요하다”며 “안전성 향상이나 서비스 개선을 위해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끈 정부의 무리한 감량 경영 압박도 해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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