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규모 헤지펀드 투자 운용사인 UBS글로벌자산운용의 제롬 라팔디니 A&Q 상품대표는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방안에서 기준으로 제시한 개인투자자 직접 투자 최소금액이 다소 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니폰크레딧자산운용과 후지대안투자자산운용 등에서 최고정보책임자(CIO)를 거쳤다.
제롬 대표는 "헤지펀드 도입 초기에는 투자 금액을 높게 제한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어서 한국도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이는데 시장 성숙도에 맞춰 점진적으로 낮춰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장을 더 많이 개방할수록 더 많은 전략을 도입할 수 있다. 시장 개방 규모가 넓혀지면 투자자도 더 좋은 상품과 기회,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만큼 한국도 시장을 더 넓게 여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8년 헤지펀드 제도를 도입한 싱가포르를 예로 들며 시장 개방으로 고용 등 여러 측면에서 굉장히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어 싱가포르의 사례를 벤치 마크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제롬 대표는 "규제 관점보다는 투자자 교육 측면에 중요성을 둘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게 바로 리스크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자산에 대해 투자자들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은 불완전판매로 이어지고 이것이 리스크 요인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규제로 투자자를 보호하기보다는 마케팅과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Q는 UBS글로벌자산운용에서 헤지펀드 투자를 전담하는 사업부로 전세계 1만개 정도의 헤지펀드 가운데 1000개 정도를 추려 집중 분석을 통해 투자 대상을 고르고 이 가운데 250개 정도에 투자하고 있다.
헤지펀드 투자금액은 약 400억달러에 달하며 이 가운데 360억달러 정도를 재간접 방식(펀드오브헤지펀드)으로 투자하고 있다.
제롬 대표는 운용인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도 처음 도입시기에 겪었던 문제가 바로 인력 부문"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인재를 데려옴과 동시에 한국안에서도 인재를 계속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헤지펀드 산업의 가장 큰 특징으로 국부펀드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 투자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지난 1994년에는 기관 자금이 10%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50%대로 높아졌고, 2008년 리먼사태 이후로는 헤지펀드 운용자금의 85%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롬 대표 "시장 초기에 기관들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과거 10년간 헤지펀드 투자 설명을 위해 한국의 연기금을 계속 방문해왔기 때문에 분명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헤지펀드는 여러 자산에 신축성 있게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시장 급락시에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시장과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할 수 있어 충격을 덜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제롬 대표는 "펀더멘털 악화로 시장이 급락하더라도 유동성만 제대로 공급된다면 헤지펀드는 손실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며 "리먼사태 당시 헤지펀드가 손실 회복에 실패한 것은 유동성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기관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헤지펀드의 투명성은 더욱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관의 참여 확대로 운용보수 인하, 운용자와 투자자 간 소통 개선 및 강화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헤지펀드의 운용 투명성이 이전보다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기관이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데 대해서는 시장 급락기에는 손실을 덜 보고 회복기에는 더 빨리 회복하는 헤지펀드 고유의 특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현재 전세계 헤지펀드 운용자산는 2조2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07년 1조8680만달러에 달하던 운용자산은 2008년 리먼사태로 1조4070만달러로 크게 줄었으나 이후 회복세로 돌아서 작년에는 리먼사태 이전보다 많은 1조9170만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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