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신씨를 맹렬히 비판하거나 정치인을 포함한 소위 권력층에서 이뤄지는 각종 비리에 대해 비난하는 것이다.
기자가 만난 사람들의 대부분은 전자의 반응을 보였다. 이유는 단순하게도 거대한 권력구조 보다는 명백한 범죄자인 신씨 개인을 향한 비판이 쉽기 때문이다.
신씨가 맺은 권력층과의 유착관계를 비판하는 일은 우선 주범을 찾기 힘들고, 꼬인 실타래를 풀기엔 일개 독자 입장에서 무기력함마저 느낀다고 말한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를 보는 사람들의 반응도 이와 비슷하다. 검찰 수사 결과 쏟아지는 저축은행들의 비리에 비판의 칼날을 세우지만 정작 이들의 불법을 눈감아준 권력층에 대한 비판은 쉽지가 않다.
각종 학연과 지연 등으로 얼룩진 유착관계가 쉽게 드러나지도 않고 관계자들 사이 쉬쉬하는 분위기마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과 권력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 문제는 곪을대로 곪았지만 비판의 칼날을 잘도 피해가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저축은행과의 불법에 대해 마치 이제야 알았다는 것처럼 행동한다.
대신 검찰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저축은행이 저지른 비리가 쏟아지면서 '저축은행=범죄집단'이란 공식이 성립됐다. 하루가 멀다하고 밝혀지는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불법행위에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이다.
신씨는 죗값을 치렀지만 그 사건의 발단인 뿌리깊은 학벌사회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제2의 신정아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구조다.
범죄를 저지른 저축은행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저축은행으로부터 일정 댓가를 받고 각종 불법행위를 방조한 권력층에 대한 비판과 또 심판이 없는 이상 대다수의 사람들은 허탈해 질 수밖에 없다. 그들과의 유착관계를 끊지 못할 때 제2의 저축은행 비리는 또 발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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