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기자들과 함께 한 마지막 오찬에서 “기획재정부라는 이름으로 우수한 간부와 후배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자부심과 긍지를 느꼈다”며 떠나는 소회를 밝혔다.
윤 장관은 ‘최장수 경제팀 사령탑’으로 지낸 28개월의 기간을 돌이키며 “취임 당시 최대 30조에 달하는 추경을 편성해 국회 승인을 받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대해서는 “세계사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입한 역사적인 계기”라며 “대한민국 경제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빛에는 어둠도 있기 마련”이라며 물가와 서민체감경기 악화, 내수산업 부진, 대·중소기업 간 그리고 정규직·비정규직 간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물가상승이 공급충격(Supply Shock)에서 수요충격(Demand Shock)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특징을 거론하며 사실상 정부정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윤 장관은 “물가상승은 통상 수요측면에서 기인했지만 이번에는 공급측면에서 기인한 바가 컸다”며 “원유는 당시 예상 가격이 배럴당 85 달러였지만 지금은 110 달러를 넘나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상승 문제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현상이라는 점, 이상기후 여파로 곡물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은 물론 변명이 될수는 없지만 분명한 요인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악화된 서민 체감경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수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기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서비스산업 선진화’의 핵심과제인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 도입과 외국의료기관 유치를 이뤄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그는 “수출 호조로 경기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서민 체감경기는 더욱 악화하고 있고, 늘어나는 생산만큼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등 이중성을 띤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진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수출과 제조업을 통해서 벌어들인 돈을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종잣돈‘으로 써야 한다”며 “이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로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지만 임기내 추진했던 서비스선진화방안은 여러가지 장벽으로 인해 진척이 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윤 장관은 “공직 생활을 40년간 하면서 후회한 적 없다”며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직접 읽으며 말을 마쳤다.
“노랗게 물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중략)그래서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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