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과 당내 계파 갈등을 이유로 국무위원 선임의 공수(攻守)에 소극적인 모습을 드러냈고,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후보의 결정적 약점을 잡지 못한 채 '수박 겉핧기 식 검증'에 그쳤다는 평가다.
26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및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권도엽 국토부 장관 및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가졌다.
이날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당락을 결정지을 만한 야당의원들의 결정적인 비판은 제기되지 않았고, 여당 의원들 역시 정책 비판 보다는 후보자의 성향을 검증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권 후보자가 지난해 8월 국토부 차관으로 퇴임한 뒤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5개월 동안 매달 2500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한 데 대해 "후보가 김앤장에서 한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 (전관예우)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장관 직을 마치고 다시 김앤장에 갈 용의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권 후보자는 "30여년간 근무했던 도시·주택 분야와 관련해 필요한 전문지식을 변호사들이 활동하는 데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며 "이번에 장관으로서 활동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마지막 기회"라며 일반적인 답변으로 응수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선 지난 2003년 총무과장으로 근무하던 후보자가 10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받은 것을 두고 인사 청탁 목적이 아니었냐는 여야 의원들의 추궁이 제기됐지만 이 후보자는 "원천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소설이다. 사실 제 집사람이 행정봉투라고 하기에 받은 거지 돈봉투인줄 알고 받은 것은 아니다"며 "바로 그 다음날 김씨에게 '이게 뭡니까'하면서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결정적 공격이나 여당의 적극적 수비 없이 소위 '심심하게' 진행됐다는 평가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야당도 무리하게 새 국무위원 선출에 발목을 잡지 않는 모습"이라며 "청와대도 재보선에서 패한 마당에 무리한 인사를 내지 않았고, 여당에서도 역풍을 두려워한 분위기에 다소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고 말했다.
비교적 강도 높은 검증이 이뤄졌던 서규용 농림식품수산 및 유영숙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일반적이지만, 내년 총선과 올해 말 있을 수 있는 추가 개각에 여야 모두 적극적인 공방을 펼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올해 말 쇄신 차원의 추가 개각이 예상돼 야당도 무리한 공세를 펼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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