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원장에 선임됐고, 올해 연임에 성공했다. 축하드린다. 소감은.
-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다. 내부 인사인 만큼 연구원들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연구원들의 업무환경 개선과 복지에도 신경쓰고 싶다. 게다가 '신흥지역 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당장 내년에는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신흥지역 연구센터'는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나.
-사실 KIEP는 기존 '세계지역 연구센터'를 통해 신흥국 연구를 집중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신흥국 연구가 그동안 국가적으로 한데로 뭉쳐지지 않아 커다란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번 사업은 여러군데 흩어져있는 지역연구소를 하나로 묶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동안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 연구도 병행했지만, 이제부터는 동남아, 중남미, 중동아, 러시아, 몽골 등 신흥국 위주로 조직을 재편할 계획이다. 각 지역 연구 인력을 보강하고 다른 유관기관과도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 신흥국 연구는 KIEP 단독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유관기관과 연계성을 강화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어 신흥국 연구의 '허브'를 구축,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 신설되는 '신흥지역 연구센터'의 장은 신흥국 담당 박사 중 선출할 생각이다.
▲연구원들 사이에서 지역연구를 회피하는 분위기가 문제다.
- 어쩌면 연구센터의 사활은 중·장기적인 연구인력을 확보하는데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동남아나 아프리카 연구원은 구하기가 힘들다. 그 나라의 문화나 역사를 이해해야 경제도 볼 수 있을텐데 인력확보가 사실 쉽지 않다. 그래서 일단은 지역별로 숏리스트를 확보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연구원 내부출신 지역 연구가를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그들에게 연구의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해주고 기존 연구인력을 활용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이다. 물론 신흥국 연구를 위한 정부 예산은 확보됐지만 목적이 연구사업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연구원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긴 힘들다. 그래서 연구원 일부를 용역형태로 운영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세계경제는 어느 상황에 와 있다고 보는가.
-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경제는 이미 상당한 회복단계에 와 있는 상태다. 하지만 신흥국 물가상승, 유럽 재정위기, 이집트 및 리비아 사태, 일본 대지진등 악재가 이어지기도 했다. 경제회복은 진행되고 있지만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의 경우, 독일이나 폴란드처럼 수출국가들은 그나마 상황이 좀 낫고 나머지 국가들은 아직도 재정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중국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치솟는 등 인플레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재정긴축에 들어갈 전망이어서 상황이 여의치 않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가 발효를 앞두고 있다.
- 경제선진화를 위한 측면에서 아주 잘 된 일이다. FTA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FTA라고 본다. 어려운 여건속에서 타결한 협상인만큼 연내로 조속히 시행하는게 맞다. 특히 한·미 FTA가 통과되면 중국과 FTA를 맺는데 있어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현재 계속 팽창하고 있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내수시장을 확대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의 내수시장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은 FTA밖에 없다. 중국이 나중에 엄청나게 '콧대가 세질' 것을 대비해, 미국과 FTA를 빨리 처리하고 중국을 공략해야 연쇄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일본과 우리의 부품소재를 이용해 완성품을 다시 수출하고 있어(완성품은 관세가 높다) FTA를 활성화하면 관세가 줄어들고 한·중·일간 더 자유로운 무역을 하게 되고 이는 결국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선물환포지션 한도 축소 등 외환시장 규제에 나고 있다. 우리나라 외화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대안은.
-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해서 이자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 외화건전성부담금(은행세)을 매기는 방안, 선물환포지션 한도 축소 등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방안들이 여러가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장기전으로 갈 경우 오히려 외화조달 창구를 막을 수 있다. 외화가 들어오고 나올때 심하게 출렁이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외환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달러 중심보다는 유로화나 위안화 등 통화를 다양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외환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
▲KIEP의 비전과 미래상은.
- 좀 전에는 신흥국 연구만 언급했지만 KIEP는 대외경제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국제거시금융 연구를 하지 않고서는 신흥국 연구도 할 수 없다. 얼마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전세계 6500개 연구기관을 평가했는데 KIEP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연구기관 75개에 뽑혔다. 그 가운데 국제연구로는 세계 20위에 올랐다. 앞으로 임기동안 KIEP가 세계 최고수준의 연구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성장 기반을 공고히 닦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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