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관 네트워크 구축…신흥국 연구 허브로 거듭 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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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2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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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아주경제 이미호 박선미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 인도, 동아시아, 중동, 중남미, 러시아 등 신흥국들이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풍부한 자원과 넓은 소비시장을 무기로 급성장하고 있는 신흥국은 진출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이집트와 리비아 사태는 신흥국 소요가 세계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나게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고, 중동 정정불안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 하지만 사실 그동안 우리는 신흥국 연구에 소홀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학자들은 이른바 '돈 안되는' 지역연구를 회피해왔다. 그래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총대를 멨다. 기존 '세계지역 연구센터'를 개편해 신흥지역 연구만을 전담하는 '신흥지역 연구센터'를 신설키로 한 것. 그 중심에는 내부 인사로는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채욱 원장이 있다.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KIEP연구원 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내부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원장에 선임됐고, 올해 연임에 성공했다. 축하드린다. 소감은.

-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다. 내부 인사인 만큼 연구원들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연구원들의 업무환경 개선과 복지에도 신경쓰고 싶다. 게다가 '신흥지역 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당장 내년에는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신흥지역 연구센터'는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나.

-사실 KIEP는 기존 '세계지역 연구센터'를 통해 신흥국 연구를 집중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신흥국 연구가 그동안 국가적으로 한데로 뭉쳐지지 않아 커다란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번 사업은 여러군데 흩어져있는 지역연구소를 하나로 묶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동안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 연구도 병행했지만, 이제부터는 동남아, 중남미, 중동아, 러시아, 몽골 등 신흥국 위주로 조직을 재편할 계획이다. 각 지역 연구 인력을 보강하고 다른 유관기관과도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 신흥국 연구는 KIEP 단독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유관기관과 연계성을 강화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어 신흥국 연구의 '허브'를 구축,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 신설되는 '신흥지역 연구센터'의 장은 신흥국 담당 박사 중 선출할 생각이다.

▲연구원들 사이에서 지역연구를 회피하는 분위기가 문제다.

- 어쩌면 연구센터의 사활은 중·장기적인 연구인력을 확보하는데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동남아나 아프리카 연구원은 구하기가 힘들다. 그 나라의 문화나 역사를 이해해야 경제도 볼 수 있을텐데 인력확보가 사실 쉽지 않다. 그래서 일단은 지역별로 숏리스트를 확보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연구원 내부출신 지역 연구가를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그들에게 연구의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해주고 기존 연구인력을 활용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이다. 물론 신흥국 연구를 위한 정부 예산은 확보됐지만 목적이 연구사업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연구원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긴 힘들다. 그래서 연구원 일부를 용역형태로 운영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세계경제는 어느 상황에 와 있다고 보는가.

-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경제는 이미 상당한 회복단계에 와 있는 상태다. 하지만 신흥국 물가상승, 유럽 재정위기, 이집트 및 리비아 사태, 일본 대지진등 악재가 이어지기도 했다. 경제회복은 진행되고 있지만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의 경우, 독일이나 폴란드처럼 수출국가들은 그나마 상황이 좀 낫고 나머지 국가들은 아직도 재정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중국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치솟는 등 인플레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재정긴축에 들어갈 전망이어서 상황이 여의치 않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가 발효를 앞두고 있다.

- 경제선진화를 위한 측면에서 아주 잘 된 일이다. FTA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FTA라고 본다. 어려운 여건속에서 타결한 협상인만큼 연내로 조속히 시행하는게 맞다. 특히 한·미 FTA가 통과되면 중국과 FTA를 맺는데 있어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현재 계속 팽창하고 있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내수시장을 확대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의 내수시장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은 FTA밖에 없다. 중국이 나중에 엄청나게 '콧대가 세질' 것을 대비해, 미국과 FTA를 빨리 처리하고 중국을 공략해야 연쇄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일본과 우리의 부품소재를 이용해 완성품을 다시 수출하고 있어(완성품은 관세가 높다) FTA를 활성화하면 관세가 줄어들고 한·중·일간 더 자유로운 무역을 하게 되고 이는 결국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선물환포지션 한도 축소 등 외환시장 규제에 나고 있다. 우리나라 외화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대안은.

-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해서 이자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 외화건전성부담금(은행세)을 매기는 방안, 선물환포지션 한도 축소 등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방안들이 여러가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장기전으로 갈 경우 오히려 외화조달 창구를 막을 수 있다. 외화가 들어오고 나올때 심하게 출렁이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외환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달러 중심보다는 유로화나 위안화 등 통화를 다양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외환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

▲KIEP의 비전과 미래상은.

- 좀 전에는 신흥국 연구만 언급했지만 KIEP는 대외경제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국제거시금융 연구를 하지 않고서는 신흥국 연구도 할 수 없다. 얼마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전세계 6500개 연구기관을 평가했는데 KIEP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연구기관 75개에 뽑혔다. 그 가운데 국제연구로는 세계 20위에 올랐다. 앞으로 임기동안 KIEP가 세계 최고수준의 연구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성장 기반을 공고히 닦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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