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는 27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제출한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와 수출력, 외환보유고 등을 감안하면 원화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가 이번 보고서에서 저평가됐다고 지목한 통화는 원화와 위안화 2개뿐이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찰스 콜린스 미 재무부 국제금융담당 차관보도 지난 주말 방한한 자리에서 원화의 평가절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지난 1~4월 원화가 달러 대비 4.7%, 실질 가치로는 2.9% 절상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2007년 고점보다 20%, 실질환율로는 위기 이전보다 22% 저평가돼 있다는 게 미국 측 진당이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 2월 반기보고서에선 원화가 2007년 고점 대비 24% 저평가됐다고 평가한 바 있다.
보고서는 또 한국 외환당국은 외환시장 개입을 줄이고, 환율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공식적으로는 시장 결정적 환율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통화당국의 환율시장 개입 빈도가 잦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 외환당국이 금융위기 이후 원화 가치를 지지했고, 2009년 초부터는 원화를 팔고 외환을 사들이며 원화 절상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2008년 급격한 추락 이후 강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1분기 전년동기 대비 4.2%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대부분 수출 덕분으로 한국의 경상수지는 1분기 80억 달러 흑자를 달성했다. 이는 1분기 기준으로 1998년 이후 최대치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의 주요 과제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 대비 4.2% 상승, 한국은행 목표치인 2~4%를 넘어섰다. 이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로 인상했다.
한편 보고서는 중국에 대해서는 위안화 절상 노력을 좀 더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진전이 있었지만, 추가 절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촉구했다.
미 재무부는 다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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