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쑤저우 신규라인에는 17.3만평 부지에 총 30억 달러가 투입된다. 2013년 초 가동되는 이 라인은 원판 유리 기준 매월 10만장의 패널을 생산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삼성전자 외에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에도 공장건설을 허가했다. 3위인 대만 AUO도 승인을 받았다. 앞서 허가를 받은 중국 BOE와 TCL은 각각 올해 7월 베이징과 센젠에서 8.5세대 공장을 가동시킬 계획이다.
이 상태라면 한국·중국·대만 업체들의 중국 내 LCD 패널 제조 능력은 32인치 기준으로 연간 1억 장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012년 중국내 LCD 수요는 4600만대 상당이다. 수요와 공급 사이에 두배 이상의 차이가 생기게 된다.
중국에서 생산된 LCD 패널을 다른 지역으로 돌리는 것도 여의치 않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LCD 시장 규모는 21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 줄었다. 특히 TV용 LCD 시장은 22% 급감했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정부의 공장 건설 허가를 받고도 그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월 세번째 8세대 라인에서 양산을 시작했다. 올해 1월 투자계획을 발표한 네번째 라인 역시 올해 4분기 가동이 시작된다.
이들 라인에서만 월 12만장 규모의 패널을 생산하는 만큼 중국 신규라인 건설이 자칫 공급과잉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UO 역시 이같은 과잉을 우려해 중국 라인 건설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2조5000억원을 투자, 탕정에 월 7만장 규모 8세대 LCD 신규라인을 건설한데 이어 중국에서도 공장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중국 쑤저우를 국내 천안-탕정 클러스터처럼 LCD 일괄체제를 구축한 LCD 클러스터로 육성할 계획이다. 지난달 중국 TCL 등과 합작한 '소주삼성엘시디'의 전공정과 연계해 세계 최대 TV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순이다.
특히 LCD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중국·대만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만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이같은 청사진이 유효하면 삼성전자는 LCD 부문에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환경의 변화에도 상관없이 수익성을 갖춘 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
다만 LCD 산업은 반도체와는 달리 해외 경쟁사와의 기술격차가 크지 않고, 중국·대만 업체들이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고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승부수가 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간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고 이를 토대로 결국 주도권과 수익성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경영을 효율적으로 진행했다"며 "삼성전자의 이같은 결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LCD 시황은 물론 차별화된 제품개발능력 등 내외부적 여건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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