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전문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한국 배달판에서 '경제 양분화' 제하의 한국경제에 관한 특집 분석기사를 통해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 재벌의 경제력이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 경제가 균형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빈부 격차는 심화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FT는 한국의 재벌이 2008년 경제위기의 극복에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전제하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모두 지난 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기록했으며 국가 전체적으로 수출이 29% 증가, 4670억 달러에 달하면서 국내총생산(GDP) 6.2% 성장에 기여했음을 상기시켰다.
이 신문은 한국의 많은 재벌들이 최근 경제하강 흐름속에서도 기업 도산사태를 경험했던 과거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때와는 달리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등 훨씬 좋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원화약세 및 엔화강세에 힘입어 제조업 부문에서 일본업체들을 고전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T는 그러나 지난 3월 지방의 한 자살자가 남긴 "빚더미에 눌려 고통스럽다"는 메모를 소개하고 외형적인 한국경제 회복 스토리가 중소기업과 많은 빚을 진 가계의 재정적 어려움을 가리고 있다면서 이는 회복 자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FT가 언급한 자살자의 이야기는 한국에서 그리 대수롭지 않은 사례로 세계 최고 자살률을 보이는 나라중 하나인 한국에서 자살자는 인구 10만명당 31명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FT는 한국자살예방협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 "신문지상 등 겉으로 나타난 숫자만 보면 경제가 좋은 상황인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보통사람들은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높은 자살률은 부분적으로 취약한 사회안전망과 고용불안, 높은 청년 실업률 등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또 가계부채도 현재 소득의 146%로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사태 초기 138%를 이미 넘어선 상태다.
던컨 울드리지 UBS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의 양극화현상과 관련 강력한 수출신장세와 빈약한 국내소비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거시경제 지표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면서 현대자동차의 작년 수출이 18% 뛴 반면 국내 판매는 6% 감소한, 극명한 대조를 제시하기도 했다.
FT는 이어 한국의 교육비 지출이 그 어느 나라보다 많아 어렸을 때부터 대학시험을 볼 때까지 사교육비가 소득의 30%에 달하는 현실을 소개하면서 정부가 국민들의 이러한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울드리지는 원화의 평가절상에 대한 거부반응이 여전히 국내시장 중심 기업이나 가계 소득을 희생시켜 수출기업에 도움을 주겠지만 인플레와 유가상승 등의 상황속에서 이러한 정책이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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