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 타워인 금융위원회가 대내외적 악재에 시달리면서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관계 부처와 협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이달 초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발표가 계속 미뤄지면서 다음달 중에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나라들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가계부채가 줄었는데 우리나라만 늘었다”며 “가계부채 문제는 고강도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 초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터진 데 이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놓고 관치 논란까지 불거지자 상대적으로 가계부채 해결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킬 정책적 수단이 많지 않다는 것도 금융당국이 고심하고 있는 이유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거치식 상품 비중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또 금융회사 충당금 적립률을 높여 대출 확대를 자제토록 하고 대출 부실 심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이미 산 정상에서 굴린 눈덩이처럼 그 규모가 나날이 늘고 있는 가계부채에 제동을 걸기에는 미약한 감이 있다.
한국은행와 국토해양부와의 적극적인 공조가 절실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한은은 지난 13일 기준금리 동결 이유로 가계부채 이자부담 증가를 꼽았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융완화 기조의 적절한 조정을 통해 가계의 과다 차입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리 동결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사실을 한은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신병길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계 이자부담이 증가하고 금리를 동결하면 (유동성이 풀려) 가계부채가 늘기 때문에 한은의 선택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국가경제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가계부채 축소가 절실하지만 이는 곧 건설사의 수익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
가뜩이나 건설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거나 주택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정책에 적극 찬성하기도 어렵다.
보금자리론 등 저가 주택이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가계부채와 건설경기는 기본적으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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