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탁의 유통인사이드>주류전쟁과 페어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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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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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진현탁 기자) '선두를 다투면서 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뜻의 쟁선공후(爭先恐後)는 한비자 유노편에 나온 고사성어다.

춘추시대 진나라에 왕자기라는 유명한 마부가 있었다.

조나라의 대부 양주는 왕자기에게서 말을 부리는 기술을 배우고 그와 마차 달리기 시합을 했다. 그러나 양주는 세 번이나 말을 바꾸었지만 왕자기에게 모두 지고 말았다.

몹시 불만스러운 표정의 양주에게 왕자기는 이렇게 말했다.
"말을 제어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의 몸과 수레가 일치되어야 하고, 또 부리는 사람과 말의 마음이 일치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대부께서는 저를 앞지르고자 초조해하고 또 앞서 달릴 때에는 제가 뒤쫓아오지나 않을까 하여 걱정하셨습니다. 대부께서 앞서든지 뒤서든지 간에 내내 저에게 마음을 쓰고 계시니 어떻게 잘 달릴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대부께서 저에게 뒤처진 까닭입니다."

요즘 주류업계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비록 선두경쟁이 엎치락뒤치락하는 형국은 아니지만 만년 2위 업체들의 맹추격이 예사롭지 않다.

'만년 2위' 오비맥주가 1위인 하이트맥주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소주시장 2위 업체인 롯데주류의 '처음처럼'도 만만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며 '소주 왕국' 진로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최대 성수기인 여름철을 앞두고 맥주시장 1위 쟁탈전의 열기가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뺏고 빼앗기는 '여름 혈투'가 예고되고 있는 만큼 이번 여름 판촉전을 맞는 양사의 비장하게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되곤 한다.

하이트맥주의 올 1분기 점유율은 53.4%(출고량 기준)를 기록했다. 오비맥주(46.6%)와는 6.8%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하이트맥주의 55%대 점유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였다.

하지만 2009년 15.5%포인트, 지난해 11.6%로 점차 줄어들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반전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점유율 한자릿수 추격의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오비맥주의 거센 추격전이 예상된다.

소주시장에서는 롯데주류가 1분기에 14.6%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15% 점유를 목전에 뒀다.

1∼2위 간 시장점유율이 30% 이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 롯데주류의 2위 추격전에 진로 측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경쟁관계가 이뤄지다보면 일반 영업 현장에선 볼썽사나운 장면이 빚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번 여름 판촉전 또한 분명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피 터지게 싸우다보면 곪아 터지는 대상은 서로임을 명실할 필요가 있다.

상대를 무너뜨려야만 하는 경쟁을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경쟁에서도 페어플레이는 엄연히 상존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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