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과 청와대의 정진석 정무수석비서관, 김두우 기획관리실장 등을 겨냥, 당장 사생결단을 낼 듯이 설전을 치렀던 양측은 1일 이렇다 할 추가 의혹제기나 공방 없이 하루를 보냈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당 공식회의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현 정부 책임론을 재차 거론하긴 했으나, 전날에 비하면 기세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많다.
당 관계자는 “오늘부터 6월 임시국회가 열린데다 여야가 이미 저축은행 관련 국정조사에 합의한 만큼 굳이 청와대를 상대로 ‘전투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야당의 잇단 공세에도 확실한 ‘방패’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정치권 안팎의 지적과도 무관치 않다.
게다가 청와대든 민주당이든 상대방의 실명을 계속 거론할 경우 사실 여부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법적·정치적 부담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수위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경우 이미 “저축은행 로비는 지난 정부에선 성공했어도 현 정부에선 실패했다”는 고위 관계자의 단정적 발언 때문에 검찰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듣고 있다.
결국 정치권의 저축은행 관련 공방의 재점화 여부는 향후 검찰수사와 국회의 국조 추진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저축은행 진상조사위원장인 박지원 의원은 이날도 정 수석과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의 ‘관계’를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한 방송에서 “정 수석이 신 회장과 서울 역삼동의 한 고깃집에 자주 나타났다. 관련 제보를 다 갖고 있다”며 “신 회장을 만난 건 죄가 아니지만 공인인 만큼 이런 일을 ‘했다, 안 했다’는 분명히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수백억원대 불법·부실대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같은 당 박영선 정책위의장도 “부산저축은행은 빙산의 일각이고 삼화저축은행이 고구마 줄기인데 검찰이 지난주에야 뒤늦게 압수수색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저축은행 부실은 전 정권에서 만들어져 현 정부 들어 터진 것”이라며 “전 정권에 90% 책임이 있는데도 우리 쪽 일부 인사에 관한 내용만 부각돼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오 특임장관은 한 강연에서 “저축은행 사태는 전·현 정권 어느 쪽에 더 책임이 있냐의 문제가 아니라 부실이 이뤄지기까지의 책임, 부실을 묵인한 책임을 공정하게 물으면 된다”며 '중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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