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시된 1~3차 구조조정을 통해 약 50개 건설사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국내 건설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저축은행 등의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가 부각되면서 평가 기준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까다로워졌다는 것이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과거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받은 업체들이 C등급 아래로 떨어져 부실 평가라는 비난을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C등급으로 분류될 건설사들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 건설업계 긴장 최고조
다만 올해는 구체적인 신용평가 결과가 발표되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 구조조정에서 대상 기업과 등급이 공개되면서 해당 기업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금융권과 사채시장에서는 PF 대출 규모와 부채비율이 높은 건설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 명단이 돌면서 건설사들의 긴장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와 자금 사정이 좋은 일부 중견 건설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 흑자를 내고 있는 건설사도 자금 조달 상황에 따라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1~2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현재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 가운데 약 절반 정도가 당시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증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회생 가능성이 없는 건설사는 빨리 퇴출시킬 방침이다. 옥석가리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권이 기업신용위험평가를 마무리하면 지난 4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통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PF 정상화은행(민간 배드뱅크)’이 지원할 대상도 빨리 선정해 필요하면 시행사나 시공사를 교체해 빠른 시간 내에 PF 사업장을 정상화 시킨다는 방침이다.
◇ 제2의 현대·동아건설 나올까
이번 4차 구조조정에서는 대형 건설사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PF 대출 규모가 수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최근 몇 년간 계속되는 건설 경기 침체 속에 대형 건설사들의 경영 실적도 계속 나빠지고 있다.
특히 세계 금융위기 발생 이후 진행된 1~3차 구조조정에서 대형 건설사가 빠지면서 부실 평가라는 비판이 일었던 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990년 말 IMF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현대건설이나 동아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구조조정 대상에 많이 포함됐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 건설사들이 한 곳도 포함되지 않는 등 강도가 약한 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도 유동성을 보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9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 4월 29일 만기가 도래한 동일한 규모의 채권 상환으로 부족해진 것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롯데건설과 GS건설도 차입금 상환을 위해 지난 4월 각각 3500억원과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또 극동건설은 1000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에 나섰으며, 두산건설은 유상증자 3000억원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으로 2000억원을 조달했다.
대기업의 계열 건설사에 대한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 4월 고려개발에 1500억원의 자금을 장기 차입했다. 효성도 지난 3일 계열사인 진흥기업에 175억원을 대출해주기로 결정했다. 또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STX건설이 보유중인 STX주식 51만주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137억원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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