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살레 대통령 사우디 출국

  • 반정부군 포격으로 부상...4개월 소요 급반전<br/>사우디아라비아가 권력이양 '킹메이커' 전망

(아주경제=워싱턴 송지영 특파원)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69)이 지난 3일 대통령궁을 겨냥한 반정부군의 포격으로 부상을 입은 뒤 4일 치료차 사우디 아라비아로 출국한 것이 사실로 밝혀짐에 따라 예멘의 독재 정부가 막을 내리기 직전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예멘 정부는 살레 대통령의 부상이 경미하다며 대통령이 직접 기자 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에 대해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고 했지만, 살레는 TV 앞에 나타나지 않았고 몰래 출국했다.

지난 4개월 동안 민주화 소요 사태가 이어져온 예멘은 이에 따라 30년 넘은 독재 정부가 무너지고 민주화의 길로 가게 됐다는 희망으로 시위대가 대로에 뛰어나와 환호를 하고 있다. 살레 대통령의 가족들도 함께 출국함에 따라 그가 망명길에 나선 것이나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살레 대통령이 치료 후 다시 예멘으로 돌아와 권력을 다시 잡을 수 있다고 관측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예멘은 압둘 라부 맨수르 하디 부통령이 대통령 서리직을 맡고 있다.

중동정치 전문가 압델칼레크 압달라 교수는 "예멘 국민들이 민주화 요구 시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건강 때문에 사우디 아라비아로 떠난 것은 심상치 않은 조짐"이라고 진단했다.

반정부군의 공격때 살레 대통령과 함께 5명의 정부 관료가 다치고, 11명의 근위대가 사망했다고 BBC방송은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살레가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 아라비아로 출국함에 따라 그가 다시 예멘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다"면서 "살레 뒤를 이어 누가 정권을 잡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살레는 독재자였지만 그동안 미국의 대 알카에다 테러전을 지원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한편으로는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살레가 권력을 놓으면 대신 누가 대 테러전을 지원할지 고심할 수 밖에 없었다.

예멘에 잔존한 알카에다 조직력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며, 미국에서 태어나 반미 테러를 조직하고 있는 가장 위협적인 테러리스트 '안와르 알-올라키'는 지금도 예멘에 거주하고 있다.

예멘의 권력 이양 과정에서 사우디 아라비아가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아라비아 반도 전문가인 가넴 누세이바는 "사우드가 예멘의 킹 메이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사우디는 영토 남쪽 국경에 접한 예멘에 누가 리더십을 가질지 관심이 크며, 예멘의 불확실한 정치 상황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실제 사우디 아라비아는 그동안 예멘의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촉구하고 조속히 소요 사태를 끝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5개국은 공동성명을 내고 "예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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