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연의 임무인 정책 입안 및 집행보다는 '젯밥'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토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해운·항만업계의 시름이 깊이지는 이유이다.
◆조직적인 낙하산 인사
지난 1일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 부회장으로 선임된 이장훈(58) 전 해양과학기술진흥원장이 자진 사퇴했다. 국토부가 전직 고위 공무원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산하단체에 부회장직을 신설했다는 논란이 발생한지 하루 만에 이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낙하산 인사 문제가 이 부회장 개인의 문제이기보다는 국토부의 조직 관리차원에서 이뤄진 만큼 유사한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KP&I와 민간 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의 배경이 퇴직하는 고위공무원의 자리를 마련하기위해 연관되는 산하단체장들을 회전문식으로 재배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위동해운과 대인훼리 등 카페리선사 사장에 국토부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안착하고 있다. 카페리선사에 낙하산 인사가 몰리는 이유는 연봉과 퇴직금이 다른 단체에 비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또 최장현 전 국토부 2차관, 곽인섭 전 국토부 물류항만실장, 이인수 전 중앙해남심판원장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 낙하산 인사로 인해 해양환경관리공단, 대인훼리, 위동해운, 케이엘넷 사장들이 연달아 사임했다.
한중 항로를 운항하는 카페리선사의 한 관계자는 “주주사들 사이에서 민간기업인 카페리선사에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서는 연봉을 대폭 깎아야한다는 이야기가 실제로 여러 차례 나온 적이 있다“고 전했다.
◆"원칙없는 국토부 인사가 근본문제"
이같은 무리한 인사는 국토부가 원활한 인사를 위해 내부적으로 유관단체장의 임기를 60세 정년과 단임제로 정했기 때문이다.
다른 공기업의 경우는 경영평가 등을 통해 연임여부를 판가름하지만, 국토부는 이같은 경영평가없이 무차별적으로 낙하산 인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케이엘넷 박정천 사장이 정부의 요구에 따라 임기 전 퇴임했다. 후임으로는 한국해운조합 전 정유섭이사장이 취임했다. 박 전 사장은 2009년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연임하면서 당초 2012년 2월까지가 임기였지만, 정부 측의 요구로 1년 먼저 퇴임했다.
대인훼리 한준규 전 사장도 2010년 3월 20일 3년 임기로 연임이 확정됐지만, 올해 이용우 전 환경관리공단 이사장에게 임기 2년을 남겨두고 자리를 양보했다.
KP&I의 경우는 사장자리에 낙하산 인사를 단행하려다 업계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결국 상근부회장직을 만들어냈다. 이밖에 국토부가 임기가 남은 유관단체장들에게 60세 정년을 앞세워 사퇴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의 한 원로는 “국토부의 이같은 행태는 스스로 낙하산 인사들의 경영능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며 “특별한 잘못이 없는 인사에 대해 임기 중 퇴임을 강요하는 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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