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 주말 주례 라디오·인터넷 회견에서 "미 경제가 회복으로 가는 길에는 울퉁불퉁한 길이 있을 수 있다"며 "휘발류값 급등, 일본 대지진,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경제가 강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도 미 경제가 회복기의 일시적 둔화(소프트패치)가 아닌 또 다른 침체의 수렁에 빠져드는 게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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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업률 추이 |
미 노동부는 지난 주말 5월 실업률이 9.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지난해 11월 9.8%에서 지난 3월 8.8%로 떨어진 뒤 2개월 연속 오른 것이다.
5월 비농업부문에서 새로 창출된 일자리는 5만4000개에 불과했다. 이는 8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불룸버그 전망치 15만5000개와 올해 월평균치 18만2000개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스티븐 리치우토 미즈호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은 아직 지속 능력이 없다는 점이 입증됐다"며 "미국의 5월 고용지표는 시장에 더블딥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시멘스 스탠더드앤드차터드뱅크 이코노미스트도 "다음달에도 이런 지표가 나오면 더 이상 미 경제의 호전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미국 고용지표가 악화된 것은 일본 대지진 사태로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제조 부문의 고용이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고, 국제유가와 식품가격 급등으로 소비가 줄고, 기업들의 투자 전망이 어두워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백악관은 더블딥 가능성을 일축하고 나섰다. AFP에 따르면 조시 어네스트 백악관 부대변인 미국의 5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직후인 지난 3일 "미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거나 또다시 위축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개월간 민간 부문에서 월평균 2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경제를 낙관할 수 있는 지표는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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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제조업지수 추이(출처:FT) |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줄지어 발표된 미국의 경제 지표에서 더블딥의 그림자를 포착하고 보수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는 이번주에 발표되는 주요국 경제 지표도 실망스러울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분기 미 경제 성장률은 1.8%로 저조했고, 소비 및 제조업 관련 지표는 시장을 낙담시켰다. 주택시장은 이미 더블딥에 빠졌다는 게 중론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 주택가격은 2006년 정점에 비해 33% 추락했다. 이는 1920년대 대공황 때의 낙폭을 능가하는 것이다.
미국의 주요 대도시 주택 가격을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케이스셀러 지수도 지난 1분기 한 해 전에 비해 4.2% 하락했다. 지수를 내는 S&P지수위원회의 데이비드 블리처 의장은 미 주택시장이 더블딥에 빠졌다고 공식 확인했다.
제조업 경기도 최근 휘청이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은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기여도를 5.8% 늘렸다. 3년 만의 반전이었다.. 하지만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5월 제조업지수는 53.5로 19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지난 4월 내구재 신규 주문과 수출도 각각 3.6%, 1% 줄었다. 유가 급등과 일본 대지진 사태로 시계제로 상태에 놓인 기업들이 신규 투자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는 의미다. 상황은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이나 신흥국이나 마찬가지다.
로이터는 오는 10일 나올 중국의 5월 무역수지도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는 지난달 중국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전월에 비해 8.8%포인트 위축된 것이다.
시장은 더블딥 신호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2개월째 하락행진하고 있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결국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심리적 지지선인 3%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 VIX가 16선에서 20선으로 치솟자 안전자산인 미 국채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지난 주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추가 부양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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