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우리금융에 대해 자회사를 분리하지 않는 일괄매각방식의 재추진안을 발표했다.
일괄매각방식은 지난해 광주은행, 경남은행을 분리매각하는 방안과 우리금융과 함께 파는 병행매각방식이 추진되었던 것과는 다르다. 최소 입찰 요건도 지난해 4%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취득한도를 높였다. 이는 우리금융의 인수를 통해 초대형 은행, 이른바 '메가뱅크'의 발판을 마련해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은행 대형화 논의는 1997년 외환위기로 시작돼 실제로 2차에 걸친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하지만 현행 대형화 은행은 국제경쟁력은 오히려 저하되고 국내시장에만 안주하는 행태를 보여줌으로써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국제금융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였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내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키고, 해외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초대형 은행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화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성 제고라는 장점이 있다. 은행업무는 본래 자금중개시스템, 정보화 투자 등을 위한 초기비용이 상당히 소요되기 때문에 은행이 대형화해 규모가 커질수록 업무단위당 소요되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은행과 외국은행 간의 결합은 영업기반 확대를 통해 사업다각화를 도모할 수도 있다. 그러나 2010년 6월 기준 국내은행의 해외총자산은 544억원으로 국내 자산 대비 3.5%에 불과하며 해외순이익은 2억1000만달러로 총자산의 5.5% 수준이다. 금융의 국제화 정도를 나타내는 초국적화지수(TNI)도 국내은행의 경우 2010년 기준 2.9%에 불과하여 도이치뱅크의 75%, HSBC의 65%와 비교하여 현격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국내 대형 금융사들도 해외진출 확대, 수익구조 다변화 등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메가뱅크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반해 초대형 은행 출범으로 은행산업의 집중도 폐해, 시스템 리스크 증가 등을 우려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은행의 대형화로 금융시스템의 리스크가 증대되는 부분인데, 감독당국은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영향을 두려워하여 대형은행에는 감독규제를 관대하게 적용하려는 유인이 생기며 이에 따라 '대마불사'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금융지주회사가 우리금융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현행 규정상으로는 다른 금융지주회사가 우리금융을 지배하려면 9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하고, 우리금융은 중간지주회사가 되기 때문에 동일한 업종만을 자회사로 보유해야 하고, 손자회사를 둘 수 없다. 그러나 메가뱅크를 실현하기 위해 이러한 규정을 개정하게 되면 예외가 원칙을 구축(驅逐)하게 되어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투명성 감독은 담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금융의 인수규모가 상당하여 다른 금융지주회사는 주식의 포괄적 이전·교환 방식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경우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56.97%를 보유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는 새로운 금융지주회사의 주식을 취득하게 되므로 다시 민영화의 숙제가 남게 된다. ‘우리금융의 민영화’와 ‘초대형은행의 출범’ 중 어느 쪽이 우선적 가치가 있는지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초대형 은행으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게 되면 이를 감내할 수 있는 금융 펀더멘탈이 건전한지를 사전진단해 보아야 한다. 특히 글로벌 메가뱅크의 해외사업에 대하여도 적절한 금융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선진적인 금융감독시스템이 마련되었는지 의문이며 초대형은행을 경영(리스크관리, 영업능력, 문화외교 등의 네트워크 관리능력 등)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하여 단순히 규모가 큰 은행보다는 근본적인 경쟁력를 갖춘 초대형 은행이 출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