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토요타 서울 강남전시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 (사진= 한국토요타 제공) |
최고경영자(CEO)가 공식 석상에서 경쟁사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질문을 받을 경우에 대비해 덕담을 준비하거나, 우회적으로 자신감을 나타내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아키오 사장은 ‘동문서답’으로 사실상 한국 기자들의 질문을 피했다. 이에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아키오 사장은 지난 4~5일 1박2일의 짧은 일정으로 ‘현대차의 본거지’ 한국을 찾았다. 개인으로는 6년 만에, 2009년 취임 후 사장이 된 후로는 첫 방문이다. 그는 한국토요타 본사 및 딜러사의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둘러보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한국 기자들과도 약 25분여 동안 간담회를 가졌다.
그의 ‘동문서답’이 최근 도요타와 현대차의 급격한 구도 변화 속에서 더 이상 현대차를 여유있게 바라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미국 대규모 리콜, 올 3월 지진 피해로 올해 세계 1위 자리에서 위태로운 상태다. 올해 글로벌 판매량도 지난해 842만대에서 100만~200대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지난 574만대로 올해 650만대까지 판매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자칫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그의 한국 방문을 놓고 ‘현대차를 직·간접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현대차에 대한 언급을 피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4일 한국토요타 서울 강남전시장을 찾은 도요타 아키오(맨 오른쪽) 사장이 서비스센터 직원을 격려하는 모습. (사진= 한국토요타 제공) |
아키오 사장은 “11월부터 완전정상화 될 것”이라며 “3월 당시 500여 품목에 달하던 수급 차질 부품이 현재 30개로 줄었으며 6월 일본 내 생산의 90%가 정상화 됐다”고 말했다. 연이은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글로벌 생산규모 면에서 도요타는 여전히 세계 최대다.
더욱이 현대차는 일본 시장에서 판매부진 끝에 2009년 말 철수한 반면, 도요타는 비슷한 시기에 ‘도요타’를 국내 출시, 지난해 4대의 차종으로 6629대를 판매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렉서스(3857대)를 포함하면 총 1만486대를 팔아치웠다. 수입차 시장 성장세로 향후 판매증가 여력도 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아키오 사장의 한국 방문은 그 자체로 다양한 의미가 있다”며 “특히 도요타가 한국에서 판매를 늘려나가는 것은 현대차에 숫자 이상의 긴장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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