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정부의 부동산 시장 자금줄 죄기로 은행 대출이 어려워진데다가 주택 거래마저 줄면서 보유한 주식이나 땅, 개발권을 처분해 자금을 조달하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 상하이정취안바오(上海證券報·상해증권보) 7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달 16일 중국 헝다(恒大) 부동산은 장쑤(江蘇)성 치둥(啓東)시 인양(寅陽)진에 보유하고 있던 한 부동산 개발사업 지분 49%를 화런(華人) 부동산에 5억 달러에 매각했다.
지난 3월 말 중량(中粮)부동산도 공고를 통해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 해 열린 2차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오상(招商)증권 970만700주를 상하이 증권거래소에서 처분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3월 초 베이징 중훙(中鴻)부동산도 보유하고 있던 스지훙청(世紀鴻城)의 지분 45%와 관련 채권을 베이징 청젠(城建) 측에 넘기기로 했다.
그 동안 주택 거래 침체에도 불구하고 꿈쩍 않던 대형 부동산 개발업자들도 하나 둘씩 아파트 가격 인하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 대형 부동산업체인 바오리(保利)는 베이징 하이덴구 시산린위(西山林語) 아파트 단지에 대해 현재 분양가 판촉할인 행사에 나섰다. 분양 초기 당시 ㎡당 2만6000위안이었던 이 아파트 가격은 현재 3000위안 떨어져 ㎡당 2만3000위안에 팔리고 있다. 중하이(中海)부동산, 완커(萬科) 등 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업자 역시 선전·충칭·상하이 등지의 아파트 가격을 내리고 있다.
이처럼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땅이나 주식, 사업권을 매각하고 분양가를 인하하는 것은 정부의 신규대출 억제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총 2조2400억 위안 신규대출액 중 부동산 개발업체의 신규 대출액은 1678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또한 지난 5월 말 기준 베이징 주택 미분양 물량은 모두 10만1300호로 전월 대비 3000여만호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상하이이쥐(上海易居) 부동산 연구원 종합부 양훙쉬(楊紅旭) 부장은 “부동산 개발업자가 자금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은행 대출이며, 그 다음이 주택 가격 할인판매, 그리고 최후의 수단이 지분이나 땅을 매각하는 것”이라며 “현재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심각한 자금난이 일어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 부장은 “올해 2분기에는 부동산 업계 자금난에 적색 신호가 들어올 것”이라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자금대란이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중위안(中原) 그룹 연구부 류위안(劉淵) 수석 매니저는 “자금난이 가시화되면서 부동산 업계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중소업체가 결국 대형 업체에 먹히는 인수합병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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