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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펙 산유량 쿼터(빨간선)-실제 산유량(단위: 하루 100만배럴/출처: FT) |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이번 오펙 정례회의가 국제 원유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증산한다는데…증산량 오리무중
오펙의 증산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이 불확실성에 직면한 것은 오펙이 어느 정도 증산에 나설지 도무지 점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라크를 제외한 11개 OPEC 회원국들은 2008년 12월 하루 산유량 쿼터를 2485만배럴로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11개국은 지난 4월 하루 평균 2615만배럴을 생산했다. 쿼터보다 하루 130만배럴 더 생산한 것이다.
오펙이 이번 회의에서 증산량을 하루 130만배럴 이상으로 정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증산량이 130만배럴 이하가 돼도 회원국들이 지난 4월처럼 추가 생산에 나서면 실제 생산량도 늘어나게 된다. 시장으로서는 막막할 수밖에 없다. 앞서 오펙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글로벌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일일 산유량을 2990만배럴로 늘려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FT는 오펙의 실제 산유량을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IEA는 물론 오펙 회원국들마저도 산유량 통계를 해당국 관련 부처가 아닌 민간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민간업체들은 산유국 항만을 오가는 유조선의 움직임을 통해 해당국의 산유량을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이란 경쟁…일률적 쿼터 존속
부실한 산유량 통계는 정책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일례로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석유통계 기구인 조인트오일데이터이니셔티브(JODI)에 지난 3월 하루 평균 865만배럴을 생산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오펙은 같은달 사우디의 일일 산유량을 875만배럴로 추산했고, IEA는 890만배럴로 집계했다.
그런데 정작 알리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지난달 회견에서 3월 하루 평균 산유량이 830만배럴이었다고 밝혔다. 최대치와 최소치의 격차가 60만배럴에 달하는 데, 이는 오펙 최소 산유국인 에콰도르의 하루치 산유량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FT는 오펙이 정치적 부담으로 산유량 쿼터 제도를 존속시키고 있는 것이 통계 부실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펙은 회원국들에게 똑같은 쿼터를 부과하고 있지만, 베네수엘라와 나이지리아 등은 산유량이 쿼터보다 적고 사우디나 알제리는 쿼터보다 많은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나라별 쿼터를 달리 하면 정치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어 오펙이 쿼터 재분배 논의를 피하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FT는 특히 오펙 양대 국가인 사우디와 이란의 경쟁이 쿼터 재분배 논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산하긴 하나…사우디 증산 돌입
오펙이 이번 회의에서 증산에 합의할 것이라는 기대로 전날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7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지난 주말보다 1.57달러 내린 배럴당 114.25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리비아 내전 및 중동지역의 정정불안 사태로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증산에 합의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일례로 리비아는 전날에야 친정부 인사인 옴란 아부크라 전 리비아전력청장을 이번 회의 대표로 지명했다. 쇼크리 가넴 리비아 석유장관이 지난달 반군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카타르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공개적으로 리비아 반군을 지지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이번 회의는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21년 만에 가장 적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펙 회원국간 산유량 조정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사우디와 쿠웨이트 등 걸프 연안국들은 증산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은 큰 폭의 증산은 저지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는 지난달 산유량을 하루 20만배럴 늘렸으며, 이달에는 추가로 20만~30만배럴 더 증산할 방침이라고 FT는 보도했다. 이 경우 사우디의 하루 산유량은 2008년 중반 이후 처음으로 900만배럴을 넘게 된다. 해리 칠링기리언(Tchilinguirian) BNP파리바 상품투자 부문 대표는 "오펙이 이번 회의에서 쿼터 조정을 미룰 수는 있지만, 리비아 사태로 인한 감산분을 감안해 일부 회원국은 개별적으로 증산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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