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북관계는 '묵찌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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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6-0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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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기자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어릴 적 담벼락 모퉁이에서 친구들과 조용히 기싸움을 벌이며 즐겨 하던 놀이 '묵찌빠'.

상대 친구의 마음을 읽어보기도, 팔을 비틀거나 손등 주름으로 점을 쳐보는 등 여간 애를 썼던 게 아니다. 그러다 친구의 액션이 내 전략에 말려들 때 느끼는 짜릿한 승리감은 나를 묵찌빠의 달인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유독 한 친구에게만은 내 전략이 통하지 않았다.

몇날 며칠 전략을 세우고 새 패턴을 짜냈다. 자존심을 잃지 않으며 조심스레 한두 번 액션을 취하다 결정타를 날릴 바로 그때, 그 아이는 "묵!"으로 나를 한순간에 초토화시키고 말았다.

나는 매번 이런 식으로 그 아이의 패턴에 말려들곤 했다.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인내심을 갖고 진지하고 일관된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며 최근 북한의 행보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 4년차인 지금까지 밀실에서 여러 전략을 고민하며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해 왔다. 물론 '밀실' 밖 '광장'에선 자존심을 유지하며 강경하게 대응해 왔다.

북한이 지난 4월 방북한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해왔을 때도 우리 정부의 밀실전략이 북한에 통할 것만 같았다.

어릴 적 묵찌빠로 그 친구에게 결정타를 날리기 전 바로 그때 그 기분이었다.

남북대화 조짐이 일고 있던 즈음, 우리 정부는 여전히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결정타를 날릴 준비를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비밀접촉에 있어서 아마추어였다.

비즈니스 상에서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여야 상대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북협상에서는 상당한 관심을 보여주며 판을 키웠을 때 북한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전 당국자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현 정부는 너무 우리의 시각으로 북한을 보고 있었다. 과거 손점이나 패턴, 그리고 눈치싸움을 통해 이기고 있다고 착각했던 내가 그 친구에게 말려들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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