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역대 총장 중 타계하지 않은 9명 전원이 7일 한자리에 모여 서울대 재학생의 총장실 점거를 비판하고 나섰다.
전임 서울대 총장 전원이 한목소리를 낸 것은 개교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권이혁, 이현재, 박봉식, 조완규, 이수성, 선우중호, 이기준, 정운찬, 이장무 등 전임 서울대 총장 9명은 이날 오후 5시께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학생의 총장실 점거를 비판하고 법인화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전임 총장들은 모두 서울대 법인화를 둘러싼 학내 갈등과 학생들의 총장실 및 본관 점거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권이혁 전 총장은 "학생들이 행정동을 점거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서울대가 자랑하는 지성이 어디로 갔는가"라며 "아홉 분 총장들이 얼마나 상심하고 걱정했기에 개교 이래 처음으로 이렇게 모였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재 전 총장은 "자율성을 강조하는 서울대 법인화 법이 통과된 것은 제2의 개교를 뜻한다"고 밝혔으며, 박봉식 전 총장은 "법인화는 20여년간 장기 발전계획을 세워 추진한 것"이라며 법인화 추진에 찬성했다.
조완규 전 총장은 "총장과 학생 사이에 부단한 대화가 필요하다"며 "총장이나 각 처·실장이 학생과 더 만나야 하고 학생들도 이런 반지성적인 행동은 그만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우중호 전 총장은 "법인화의 단점도 있겠지만 장점을 살려서 서울대가 세계적 대학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해야한다"고 밝혔고, 이기준 전 총장 역시 "법인화는 우리나라의 좋은 대학들이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서울대가 앞장서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정운찬 전 총장은 "서울대 법인화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준비과정에서 소외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각자 의사표시를 했으니까 앞으로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법인화가 꼭 성공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총장직을 맡은 이장무 전 총장은 "서울대가 지성의 도량이고 모든 국민이 사태를 바라보는 것을 감안하면 물리적 방법보다는 대화와 소통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법인화를 더 발전적인 시각에서 바라봤으면 하는 것이 총장들의 바람"이라고 마무리 발언을 했다.
전임 총장들은 이날 오후 4시께 만나 한 시간가량 논의한 뒤 담화문을 작성했으나 기자회견 자리에서 발표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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