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원짜리가 800만원으로 둔갑? 中 예술품 경매시장의 실체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치바이스(齊白石)의 '송백고립도(松柏高立圖)' 4억2250만 위안(한화 약 718억원), 왕멍(王蒙)의 ‘치천이거도(稚川移居圖)’ 4억250만 위안……. 올해 중국 고대 서화 경매 시장에서 기록한 최고 거래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급증하는 중국 예술품 경매시장의 배후에는 위작 논란, 가격 부풀리기, 뒷거래 등의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7일 보도했다.

지난 4일 베이징의 한 경매에서 거래된 중국 원나라 시대 화가 왕멍의 `치천이거도‘가 한화 약 670억원에 거래된 가운데 이 그림이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저명한 고서화 감정가인 페이광후이(裴光輝)는 지난 5월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에서 열린 순회 전시회에서 치천이거도를 보고 한 달 가량 진위 여부를 연구해 왔다면서 치천이거도는 왕멍의 다른 작품에 비해 화법 등 수준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통신에 따르면 베이징 고미술거리 판자위안(潘家園)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80위안(한화 약 4만원)짜리 모조품 도자기가 베이징의 한 경매업체에서는 감정가가 5만 위안으로 부풀려지기도 했다.

이 경매업체 관계자는 “진위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가짜 예술품을 사서 집에 진열해 놓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예술품 경매 시장에 가짜만 판을 치는 게 아니다. 경매업체와 예술품 위탁자, 그리고 낙찰자 간에 미리 합의해 예술품 경매가를 부풀리거나 뒷거래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네티즌 Wlj123은 “일부 경매 업체의 경우 허위감정이나 경매 도록 제작을 이유로 거액의 수수료를 뜯어간다”며 “대형 경매업체 사이에서도 담합이나 가격 부풀리기가 흔히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이 대외적으로 공표한 거래액과 실제 거래액 간에 현저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4대 경매업체인 바오리(保利), 자더(嘉德), 한하이(瀚海), 쾅스(匡時)가 지난해 정부에 납부한 영업세는 실제로 이들이 납부해야 할 액수보다 16~28%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아이롄칭(艾連慶) 변호사는 “경매업체가 탈세를 했거나 아니면 거래액을 부풀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쾅스 경매의 둥궈창(董國强) 회장은 “거액에 경매가 낙찰되더라도 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고객이 많아 이로 인해 실질 수익이 줄어든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중국 예술품 경매시장의 무질서함에 대해 중국 경매업협회 장옌화(張延華) 회장은 "정부 관리감독 부재와 경매업계의 불투명한 유통거래구조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문화부 문화예술품검정위원회 천싱바오(陳興保) 상무 부비서장은 "정부에서 예술품 검정 시스템을 확립해 권위있는 전문가와 과학자가 체계적으로 검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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