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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펙, 증산 합의 실패…'권력이동'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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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6-0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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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만에 산유량 조정 실패…사우디 영향력 쇠퇴<br/>오펙 역할론·일률적 산유량 쿼터제 실효성 의문<br/>사우디 등 개별적 증산 돌입 유가 급등 피할 듯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석유수출국기구(오펙·OPEC)가 20년만에 처음으로 산유량 조정에 실패했다. 석유업계 안팎에서는 오펙의 석유 증산 합의 실패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 쇠퇴를 비롯한 오펙 내 '권력 이동'의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중동 및 북아프리카지역의 정정불안 사태로 인한 회원국간 정치적 갈등이 힘의 균형을 깨뜨렸다는 설명이다.

오펙 산유량 쿼터(빨간선)-실제 산유량(단위: 하루 100만배럴/출처: FT)
◇20년만에 산유량 조정 실패…걸프전 악몽 재현
압둘라 알 바드리 오펙 사무총장은 8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례회의를 마치고 "회원국들이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이라크를 제외한 11개 오펙 회원국들은 2008년 12월 합의한 대로 하루 2485만배럴의 산유량 쿼터를 고수하게 된다.

사우디는 이날 회의에서 쿼터를 150만배럴 늘리자고 제안했지만,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6개국이 국제유가의 급락 가능성을 이유로 반발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펙이 이번 회의에서 1990년 걸프전 이후 처음으로 정치성을 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카타르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공개적으로 리비아 반군을 지지하고 있는 데다 사우디는 시아파 반정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수니파 바레인 정권을 지지해 시아파인 이란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회의에서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21년만에 가장 적대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전했다.

◇수급 조절보다 정치성 부각…오펙 역할론 의문
오펙이 증산 합의에 실패하자 기대감이 컸던 시장에서는 오펙의 역할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펙은 지난 20여년간 당리당략보다는 석유의 수요와 공급을 조정하는 데 집중하며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석유의 수급조절보다는 회원국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앞섰다는 지적이다.

알리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이번 회의는 사상 최악의 회의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1986년부터 유지돼 온 오펙의 산유량 쿼터 제도에 대한 회의론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산유량 쿼터는 11개 회원국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데 그동안 오펙의 실질적인 리더로 행세해온 사우디가 이를 좌지우지해왔다는 것이다. 더욱이 산유량 쿼터와 실제 석유 생산량 사이의 격차가 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를 전망하는 데 애를 먹어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11개국은 지난 4월 하루 평균 2615만배럴을 생산했다. 이는 쿼터보다 하루 130만배럴 더 생산한 것으로 사우디가 추가 생산분의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 추이(단위: 배럴당 달러/출처:CNN머니)
◇배럴당 100달러가 바닥?…사우디 증산량 촉각
오펙이 증산 합의에 실패하자 이날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65달러(1.6%) 오른 배럴당 100.74달러를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118.07달러로 1.29달러 올랐다.

FT는 오펙의 증산 합의 실패는 상당수 회원국들이 배럴당 100달러의 국제유가를 천장이 아닌 새로운 바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자체적인 증산에 나서고 있어 국제유가의 급등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는 최근 2008년 이후 첫 증산을 통해 하루 산유량을 900만배럴로 늘렸는데 시장에서는 사우디가 오는 3분기에 하루 1000만배럴까지 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사우디의 동맹국인 쿠웨이트와 카타르, UAE 등도 증산에 동참할 전망이다.

나이미 장관은 이날 회의 뒤 가진 비공식 회견에서 "석유시장에서 공급 부족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해리 칠링기리언(Tchilinguirian) BNP파리바 상품투자 부문 대표도 "리비아 사태로 인한 감산분을 감안해 일부 오펙 회원국은 개별적으로 증산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FT는 사우디의 산유량이 하루 1000만배럴 이상은 돼야 예상치 못한 공급난에 대비할 수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석유를 거래할 때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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