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진의 육조거리24시]정보통신 강국 국내선 '찬밥'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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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6-1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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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지난달 25~2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는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녹색성장'을 핵심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 한국은 그야말로 특별 대우를 받았다는 게 우리측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각료이사회의 녹색성장 세션이 시작되기 직전 회의장 인근의 임시로 설치된 사무총장 전용룸에서 김황식 총리를 별도로 맞이한 뒤 회의장까지 직접 안내했다.

김 총리가 기조연설을 통해 녹색성장 전략을 전세계에 선포한 자리에는 13개국 총리급 인사와 34개 회원국 장관 및 각국 대표단이 빈틈없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 의지를 거론하며 이명박 대통령을 '녹색성장의 아버지'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고 한다.

OECD 내에서 한국의 높아진 위상은 주요 위원회와 작업반 회의를 한국인들이 주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허경욱 OECD 대사는 지난해 말 규모가 2억9000억유로에 달하는 OECD 연금기금의 의사결정 및 감독을 담당하는 'OECD 연금기금관리위원회의' 의장으로 선출됐다.

김정훈 조세연구원 재정연구본부장은 OECD '정부간 재정관계 네트워크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하연희 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기술원과 양성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품질평가실장, 황일순 서울대 교수 등도 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의 작업반 의장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OECD 기구의 각종 위원회와 작업반에서 부의장을 맡고 있는 한국인도 21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정보통신ㆍ과학 분야에만 9명의 부의장이 활동하고 있다.

OECD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은 OECD 회원국들 사이에 가장 높이 평가받는 분야"라면서 "각종 실무 작업반의 수장을 맡는 한국인들도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 사회의 높은 평가와 달리 정작 국내에서는 정보통신 분야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 정권들어 정보통신 정책의 사령탑인 정보통신부가 해체되고 그 자리를 방송통신위원회가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 상징적인 사례다.

정보통신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정통부가 수행했던 기능을 방통위와 지식경제부와 행정안전부가 나눠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보통신 강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정부 정책에 많은 이들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권이 바뀌면 문제가 있는 정부기구는 다시 개편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꿀먹은 벙어리 신세로 살아 온 국내 정보통신 전문가들과 관료들의 가슴 속 깊이 멍든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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