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시대 핵심100인]<22>쉬치량 – 젠20으로 전 세계를 놀래키다


(베이징=조용성 특파원) “스텔스 전투기 젠(殲)-20은 2014년 대량생산을 시작해 2015년 가을부터 부대에 배치할 방침입니다. 실제 젠-20의 첫 시험비행은 2009년 10월 중순에 이뤄졌으며 이번 비행은 4번째 시험비행이었습니다. 시험비행시간은 21분16초였지만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1월18일 중미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하는 것을 기념해 대외적으로 18분 비행했다고 알렸습니다.”

홍콩잡지 정밍(争鳴) 2월호가 전한 쉬치량(許其亮)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사령관의 발언이다. 쉬치량 사령관이 지난 1월11일 행해진 스텔스전투기 젠-20의 성공적인 시험비행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군부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당시 젠-20의 시험비행은 중국의 첫번째 스텔스전투기 시험비행으로 알려졌었고, 두가지 면에서 서방세계는 물론 아시아 국가들에게 큰 이슈로 부상했었다.

첫째는 당시 시험비행이 중국은 2020년에나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할 것으로 전망했던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때 이뤄졌다는 것. 때문에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 자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한편 중국 국방 현대화의 수준과 미래의 의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미국 등 서방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다목적 카드로 읽혀졌다.

두번째는 이를 두고 서방언론이 중국의 당군관계에 불협화음의 일면으로 해석했던 것이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게이츠 장관은 후 주석에게 “(젠-20의) 시험 비행이 나의 방문에 맞춰 실시된 것입니까”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후 주석은 즉답을 하지 못하고 당황했으며 회담 말미에 “시험 비행은 사실이나 게이츠 장관의 방문과는 절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 언론들은 후 주석이 시험 비행을 몰랐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가 미국과 군사교류를 재개하려 하자 군부가 반기를 든 것으로 짐작했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전 세계를 놀래킨 젠-20

하지만 홍콩매체 정밍이 소개한 이 발언이 사실이라고 하면, 중국은 게이츠 국방장관의 예상과 달리 이미 2009년부터 스텔스전투기를 시험해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쉬치량 사령관의 주도하에 면밀히 계획됐던 시험비행이었으며, 후진타오 주석의 방미를 기념했다는 발언에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의 충분한 사전교감하에 행해졌던 일이라는 것도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젠-20은 이후 5월까지 4번의 시험비행을 더 한 것으로 중화권 언론에 의해 소개됐다. 또한 5월에는 젠-20의 성능이 미국의 최상급 전투기에 필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파문을 일으켰다. 워싱턴에 있는 국방정책 싱크탱크 ‘제임스타운 재단’은 지금까지 공개된 젠-20 관련 정보를 토대로 한 분석에서 이 전투기의 주요 성능 대부분이 미국의 F-22A 랩터와 경쟁할 수 있고 F-35(조인트 스트라이크 파이터)와 비교하면 주요 성능 대부분이 우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

아직 젠-20의 제원이나 성능 등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는 없겠지만 중국의 공군력이 세계정상급을 향해 빠른 속도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사실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어렵게 됐다.

◆”우주에 무기배치 할 것”

이 같은 중국 공군 전투력 첨단화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쉬치량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사령관이다.

지난해 2월 쉬치량 사령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요 공군장비는 세대를 뛰어넘는 질적 성장을 가져왔으며, 또한 장비의 수량 역시 대폭 늘어났다. 정밀유도탄 역시 규모를 갖췄으며 대형 정보화 장비가 투입되는 등 무기의 수준이 점진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치하했다.

이에 앞서 2009년 11월 쉬치량 사령관은 공군 창설 60주년을 앞두고 제팡(解放)군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주에 무기 배치를 포함해 무기체계 구축을 계획 중이며 이는 역사적으로 불가피한 일”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각국의 군사력 경쟁은 대기권을 넘어 우주로 확대되고 있으며 우주 공간을 통제하는 자가 군사적 우위를 점할 것”이라며 “이 같은 추세는 역사적으로 필연이며 되돌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인민해방군도 우주 안전, 우주 이익, 우주 개발 등에 대한 개념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이 늑대를 이기는 법

쉬치량은 공군사령관(상장)으로 군사위원회 멤버중 유일한 1950년대 이후 출생자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많은 군부인사들은 “쉬치량은 군 내에서 평판이 좋고, 겸손하며 대범하고 가슴이 넓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부대의 전투정신 함양을 대단히 중시하는 지휘관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늘 “전투정신 배양과 군기확립은 지휘관으로부터 시작되며 군부대는 항상 전투준비태세를 갖출 것을 강조한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지휘관에 대해서는 무척 엄격하며 요구수준도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쉬치량 사령관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늑대를 대장으로 하는 양의 무리와 양을 대장으로 하는 늑대의 무리가 전투를 벌인다면 양의 무리가 반드시 이긴다(由狼作首領的羊群定會勝過由羊作首領的狼群)’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반면 그는 사병들에게는 상당히 온화한 편으로 전해져 있다. 그와 함께 공군 26사단에서 근무했던 한 장교는 “그가 사단장 시절 매번 했던 말이 ‘군인은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천직’이었으며 그는 사병들과 농구를 즐기는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여 부대원들에게 존경을 받았다”며 “그의 승진은 조직능력과 훌륭한 군사적 능력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내년이면 62세로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직을 무난하게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2017년 제19차 전국대표대회가 열릴 때에도 그는 67세로 연임할 기회가 있다. 때문에 그는 차차기 군사위 부주석에 오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 베이징 정가에서는 쉬치량이 차기 국방부장관에 기용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전투기 조종사 꿈을 꾼 16세 소년

쉬치량은 1950년 산둥(山東)성 린추(臨胊) 현 가난한 농민가정에서 태어났다. 그가 공군 사령관에 취임하던 2007년 한 매체가 그의 아버지를 인민해방군 전 공군 부 정치위원(중장)이었던 쉬러푸(許樂夫)라고 적시했었지만, 이는 오보로 밝혀졌고 이 매체는 정정보도를 내기도 했다.

쉬치량은 16세인 1966년 인민해방군 공군 제1항공예비학교에 입학했고, 그곳에서 조종술을 배웠다. 그는 다음해에 중국 공산당에 가입했다. 곧 그는 제 8, 제 5 항공학교로 전학을 갔고 19세이던 1969년 8월에 졸업을 하곤 조종사가 되었다.

쉬치량은 1983년에 사단 지휘관으로 진급했고, 그 다음해에는 부군단장으로 진급했다. 1985년에 그는 상하이 공군사령부의 참모장으로 임명됐고 그 곳에서 장쩌민(江澤民) 당시 상하이시 서기와 인연을 맺게 된다.

◆수호이-27 시운전 이후

그는 1991년에 인민해방군 공군의 군단 사령관으로 진급했고, 소장에 올랐다. 그는 1991년 공군현대화를 위해 중국이 소련으로 도입했던 수호이-27을 직접 시운전했다. 그는 최근 인민일보에 직접 올린 글을 통해 아래와 같이 당시의 소회를 밝혔다.

“객실은 무척 넓어 큰 말을 타는 듯 했다. 엔진은 거대한 추진력을 뿜었으며 겨우 400m를 활주한 후 이륙에 성공했다. 조종사의 시야를 한참 벗어난 100km 바깥의 목표물까지 조준할 수 있었다. 첨단 전자장비로 인해 신속하게 목표를 조준할 수 있었고, 각종 데이터가 수시로 모니터에 나타났다. 우리 중국이 어서 빨리 수호이-27을 능가하는 첨단전투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렬하게 일었다. 이후 나는 줄곧 전투기 선진화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특히 젠-10의 연구제작과, 생산, 시험비행에 직접 참여했었다.”

1993년 그는 공군 부 참모장으로 임명되었고, 1986년에 이어 다시 한 번 국방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졸업 후, 그는 인민해방군 공군의 참모장으로 진급했다. 그는 1996년에 중장에 올라섰다.
1999년에 쉬치량은 선양(瀋陽)군구의 공군 사령관이자 군구 부사령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리고 2001년에 세번째로 국방대학교에서 학업을 수행했다. 그는 인민해방군 참모 본부의 부 참모장으로 진급했다.

◆후주석의 든든한 신임

쉬치량은 2007년 9월에 열린 ‘평화사명-2007’에서 부참모장의 신분으로 인민해방군을 지휘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상하이협력기구(SCO) 6개 회원국이 참가하는 대규모 연합군사훈련이며, 2007년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 부근에서 실시됐다. SCO 연합훈련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일본•호주 삼각동맹에 포위당하는 중국과 유럽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에 압박받는 러시아가 손을 잡고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군사적 항미 전선을 구축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중국은 란저우(蘭州)군구 예하 최정예병력을 파견하고 8대의 젠(殲)-7기 전투기와 4대의 수송기 등 46대의 작전기를 현지에 보냈다. 육군 항공부대 소속 수송 헬기와 무장 헬기 등 32대의 헬기도 훈련에 참가했다. 중국의 해외 연합훈련으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병력 파견으로 평가받았다.

후 주석은 훈련기간 중 러시아를 방문해 파견부대를 격려했다. 후 주석이 해외 합훈을 참관하는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평화사명-2007을 훌륭히 지휘해낸 그는 그 해 곧바로 상장으로 승진했고, 공군사령관에 임명됐으며 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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