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K리그 정규경기가 열린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경기 시작 시각은 오후 7시였으나 오후 5시가 넘어서면서부터 경기장 주변 상암동 일대는 빼곡히 늘어선 차량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서울 구단이 집계한 이날 총 관중은 4만4천358명.
개막전 홈 경기 당시 5만1천여 명이 찾은 이후 올 시즌 두 번째 최다 관중 기록이었다.
서울의 올 시즌 평균 홈 경기 관중 수가 2만 명을 살짝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한국 축구의 간판 골잡이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황선홍 포항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 대행의 맞대결이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구름 관중이었다.
K리그 승부조작 파문에 프로축구 전체가 지쳐있었으나 팬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응원팀의 유니폼을 입고 온 커플에, 아예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고 늦을세라 부리나케 경기장으로 달려가는 대학 축구 동아리 학생들도 보였다.
서울 구단 관계자조차 이렇게 많이 몰릴 줄은 몰랐다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구단은 이날 경기장을 찾는 마포구민에겐 50% 입장권 할인 행사를 열었다.
이를 두고 생색내기 관중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일단 흥이 깨진 K리그의 분위기를 살리는 게 급선무라는 구단의 판단이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양팀 감독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경기장을 가득 메워준 팬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팬들이 있어 재밌는 공격 축구를 펼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하프 타임 때엔 프랑스 프로축구에서 활약하는 박주영(AS모나코)과 정조국(오세르)이 친정팀 홈 구장을 찾아 팬들 앞에서 슈팅 이벤트를 여는 등 다채로운 행사도 열려 관중의 기쁨을 더욱 크게 했다.
경기 시작 전엔 양팀 선수단이 관중 앞에서 '공정 경기'를 다짐하는 서약서를 읽어 내려가며 죄스러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연합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