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삼성 계열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8일 이후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이 이미 조사를 마친 기업에 대해 세부 부정사례를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다"며 "각 계열사의 감사조직 역시 이건희 회장의 '깨끗한 조직문화' 선언 이후 최고경영진 이하 전체 임직원의 부정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통상 1년에 5개 안팎의 계열사를 감사한다. 지난해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감사)을 진행한 계열사는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건설부문과 삼성카드·삼성SDS·에스원 등이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의 감사 목적은 실적악화·건설계열사 시너지 확보 등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부정척결 의지에 따라 당시 조사한 내용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임직원 부정부패에 대해 최근 재확인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감사는 실적이 부진하거나 구조조정, 사업재편 등 주요경영 관련된 사안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며 "다만 대외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계열사에 대해서는 부정적발 등에 초점이 맞춰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삼성카드·삼성SDS·에스원 등은 후자에 속한다. 지난해 4월 삼성SDS와 삼성카드 간부급 직원은 외국계 기업과 국회의원 명의를 도용해 65억원 상당의 사익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에스원 역시 지난 수년간 보호해야 할 고객들을 대상으로 직원의 범죄가 이어져 물의를 일으켰다. 삼성SDS는 그룹 계열사 전산시스템 구축 및 운영을 담당하면서 외부에 삼성 계열사 정보 유출이 이뤄졌다는 협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 역시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에는 건설부문 조사만 이뤄졌지만 이번 재조사에서 조선소 직영 사원 부정 입사와 관련해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대형 조선사들의 현장 직영 근로자는 급여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정년까지 보장된다. 때문에 조선소 인근 지역 등에서는 입사를 위한 뒷거래가 관행처럼 발생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이와 관련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의 '직장'급 현장 간부는 "회사 현장 간부들이 지인의 청탁, 혹은 금품수수를 통해 직영 근로자로 취업시켜준 사례가 있다"며 "입사 사례금이 5000만원을 웃돌면서 선을 넘었다는 내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렇게 받은 청탁금액은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임원급에 일부가 상납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 회장이 9일 강도 높게 비판한 '부하직원의 부정을 상사가 종용하는 사례'와도 직결된다.
삼성 관계자는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 인원이 20명 선이기 때문에 그룹 차원의 대대적 감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각 계열사 감사조직이 평상적인 업무활동을 강화해 부정을 철저히 적발하고 다시는 조직 안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감사가 정부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정부 경제정책 언급 이후 삼성과 정부 사이에 긴장관계가 형성됐다. 이에 수사기관이 삼성 계열사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에 들어갔고, 이를 감지한 삼성이 사전에 자체 내사 및 중징계로 서둘러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삼성테크윈은 K9자주포의 오작동 소동으로 '자주국방'을 지향한 정부의 국방정책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대한 사죄 차원에서 삼성테크윈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가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이번 감사가 정부와 관계가 있다는 것은 악성 루머"라며 "강도 높은 부정 척결 조치로 많은 '설'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삼성은 이를 계기로 깨끗한 조직문화를 재정비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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