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부동산개발 PF 부실과 건설산업의 위기

(빈재익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6.2%였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서 벗어나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든 모습이다. 하지만 올 초 8개 저축은행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로 영업정지를 당했다.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언론에 저축은행이 언급되기만 해도 해당 저축은행은 예금자들이 맡긴 돈을 인출하는 '뱅크런'에 시달리곤 한다. 삼부토건, 동양건설산업, LIG건설 등 건설사들도 분양률 하락과 금융기관의 PF대출 회수로 인한 자금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저축은행과 건설기업의 연쇄부도 공포가 위기에서 회복하던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위기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에 도입된 PF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하며 변화가 있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건설기업이 직접 대출을 받아 토지를 매입하고 자체적으로 분양하는 방식이었다. 외환위기로 인한 부동산 개발사업의 실패가 건설기업의 지속가능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다는 사실을 경험한 후, 리스크(위험)를 분산하기 위해 시행사와 시공사가 분리되었다. 시행과 시공이 분리된 사업구조 하에서 건설기업은 시공사로서 도급계약을 통해 참여하고, 개발업자인 시행사들이 토지매입 대금 등 개발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동산 PF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PF를 이용한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사업자가 토지매입비 등 초기 투자자금을 자기자본과 후순위대출 등을 통해 마련하는 구조는 사업의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 사업자의 초기 투자자금이 커지면 목적물의 준공 가능성이 높아져 PF 형식으로 건설자금을 제공하는 금융기관도 준공 후 목적물을 담보로 처분해 채권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자금 PF대출은 기성에 비례해 지급하는 공사비를 포함하는 사업비용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으로 충당된다. 일부 연구에 의하면 LTC(Loan-to-Cost) 비율이 80% 이하, CIC(Cost-to-Invested Capital·총사업비/초기투자비) 비율은 5배 이하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수분양권자의 선분양대금을 사업비로 충당할 것을 전제하고 있어 부동산 개발사업자의 초기 투자규모는 토지계약금과 초기 필수사업비를 충족하는 수준을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평균적으로 총사업비의 5.99%이고, CIC 비율은 15배 이상이다. 토지계약금까지 제2금융기관의 브리지론 또는 시공사의 대여금으로 충당하는 경우에는 초기 투자규모는 더 줄어든다.

이러한 PF 구조로 인해 부동산 개발사업은 추가적인 위험에 노출된다. PF로 토지매입비를 충당하는 경우 토지작업이 지연되거나 토지비용이 상승할 경우 담보 확보가 어려워 PF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 또 사업자의 자기자본 규모가 많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어서 사업 일정 지연, 금리상승 등 사업비 증액 요인이 발생할 경우에도 추가 사업비 확보가 어려워 PF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 분양이 저조해도 자기자본을 갖추지 않은 사업주는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시공사인 건설기업은 공사대금을 받지 않고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업주의 신용을 보강하기 위해 대주인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채무보증을 서야 하고, 사업주가 해당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사업주를 대신해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

PF 부실이 건설기업과 저축은행의 연쇄 도산을 초래하는 구조에는 이처럼 충분한 자기자본이 없어도 부동산 개발사업이 가능한 제도적인 여건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시행과 시공을 분리한 부동산 개발사업도 외환위기를 통해 경험한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만들어진 제도적인 진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건설기업에 우발채무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금융기관이 보다 엄격한 사업성 분석을 토대로 부동산 개발 PF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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