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하반기 부실 저축은행을 솎아 내는 일이 문제다.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구조조정은 신속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이번 구조조정이 업계 활로를 모색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투트랙' 전략으로, 구조조정의 목표가 궁극적으로 부실 해소와 함께 저축은행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 신속 정확한 구조조정 추진해야
저축은행의 하반기 구조조정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신속함과 정확함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미 8개 저축은행의 갑작스런 영업정지로 대량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를 경험하며 자칫 업계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처럼 업계 신뢰가 바닥인 상황에선 뱅크런이 한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며 "조그만 악재에도 고객들이 동요해 뱅크런이 영업정지를 야기하고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구조조정의 성공을 위해 종종 과거 외환위기와 2005년 당시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경험을 거론한다. 두 번 다 신속함과 정확함을 놓쳐 실패한 사례로, 이를 교훈삼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외환위기 당시 금융당국은 160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은행 구조조정에 주로 투입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축은행의 재무상황은 2004년까지 불안한 상태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개인 대주주 중심의 소유구조로 자본 확충 능력이 취약한 탓에 정부의 지원이 절실했지만 결국 기회를 날렸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지난 2005년 저축은행 부실 문제가 재차 불거졌을 때 마땅히 구조조정을 해야했지만 이 기회를 또 놓쳤다. 오히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늘리는 등 자산확대 정책을 펼친 결과 저축은행의 부실화를 야기했다.
당시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2002년 말 11.2%에서 2005년말 13.8%로 큰 폭 상승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두 번 다 신속함과 정확함을 간과하는 우를 범한 것"이라며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저축은행의 부실을 도려내 업계를 되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조정 한편으로 활로 모색 필요
현재 저축은행들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일은 유동성 확보다. 6월말 결산 이후 2차 구조조정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무더기 퇴출설까지 흘러나오고 있어 유동성 확보에 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이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뱅크런 위험 등으로 유동성의 적정량을 가늠하기 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저축은행 업계 내부에선 구조조정 이후가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가까스로 유동성을 확보해 구조조정의 고비를 넘긴다 해도 저축은행이 먹고 살 거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현금을 보유하기 위해 대출을 줄인 결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지만 다른 어떤 대책도 세울 수가 없다.
중소형 저축은행의 관계자는 "대출을 줄이는 대신 예금금리를 올려 받아 역마진도 감수해야 할 상황"이라며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아도 이후 대책이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저축은행 업계의 대출잔액은 62조809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말 64조 7526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넉 달 연속 감소 추세다.
저축은행 수익의 90% 이상이 예대마진(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예대금리차)에서 나오는 구조를 감안할 때 이 같은 여신 감소는 곧 수익 악화를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현재 저축은행의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저축은행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제재를 강화한 이후 경쟁력에 대한 논의는 종적을 감췄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영진과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누구도 먼저 나서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얘기를 꺼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구조조정 이후 업계 활로 모색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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