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사법 개정안 두고 약사계와 갈등 커져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이르면 8월부터 소화제, 드링크제를 포함한 44개 일반약이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슈퍼마켓에서 판매된다.
9월에는 해열진통제, 종합감기약을 슈퍼에서 판매하기 위한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의약외품으로 분류된 일반의약품 가운데 절반 가량이 현재 생산이 중단된 제품이라는 점에서 숫자를 부풀렸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첫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 회의가 보건복지부와 대한약사회의 갈등만 키워 약사법 개정 과정이 더 힘들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 실제 슈퍼판매 전환약 21개 불과
복지부는 지난 15일 중앙약심 산하 의약품분류 소분과위원회의 첫 회의를 개최했다.
복지부는 이 자리에서 약국에서만 판매가 가능한 44개 일반약을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판매가 가능한 의약외품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의약외품이란 질병 치료나 예방에 사용하는 제품 중 인체에 대한 작용이 약하거나 인체에 직접 작용하지 않는 의약품을 말한다.
전환 대상은 일반약 가운데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용량 폭이 넓고 이상반응이 경미한 것과 약사의 복약지도가 특별히 필요하지 않은 품목이다.
현재까지 전환이 확정된 제품은 동아제약의 ‘박카스D’, 삼성제약의 ‘까스명수’, 유한양행의 ‘안티푸라민’, 동국제약의 ‘마데카솔’ 등 44개 품목이다.
의약외품 전환은 소위 합의가 필요하지 않다.
복지부는 이르면 이달 말 관련 고시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어서 8월께는 해당 제품을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구입할 있게 된다.
그러나 이번 발표를 두고 복지부가 숫자 부풀리기로 성과를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가 발표한 44개 품목 가운데 23개는 2009년 이후 생산실적이 없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의약외품 전환 소화제 15개 중 9개 품목, 정장제(장내 운동 촉진제) 11개 중 4개, 연고·크림제 4개 중 1개, 파스 2개 전 품목, 자양강장 드링크류 12개 중 7개가 생산되지 않고 있다.
◆ 해열제·감기약 슈퍼판매 난항 예고
전환을 앞둔 의약외품이 가정상비약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들이 의약품 구입 불편을 호소하는 주된 약품은 해열진통제와 종합감기약이기 때문이다.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는 “이번에 발표된 전환품목에는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해열제 등의 가정상비약들이 포함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해열진통제와 종합감기약을 슈퍼마켓에서 구입하는 데는 적어도 6개월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해열제와 감기약은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등 인체에 약리적 영향을 줘 의약외품 전환이 불가하다.
전환방법은 약사법을 개정해 일반약 분류체계에 약국 외 판매 의약품(자유판매약) 분류를 신설하는 것이다.
약사법 개정을 위해서는 의약외품 고시와는 달리 소위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소위에 참여하는 약계는 약국 외 판매약 분류 신설에 반대하고 있다. 복지부의 회의과정에도 불만이 많다.
박인춘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소위가 끝난 후 “복지부가 너무 많이 몰아친 회의”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복지부가 정치적 논리에 의해 (의약품) 안전성 문제를 졸속으로 처리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가 첫 회의부터 약계의 이해와 동의를 얻는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황은 이렇지만 복지부는 올 정기국회에 약국 외 판매약 신설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올 정기국회에 상정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이동욱 보건의료정책관은 “전문가 논의와 국민의 의견수렴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노력하고 올 정기국회에 약사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10일 열린 국회 상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자유판매약 분류를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앙약심 논의 후 약사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두 번째 중앙약심 소위는 오는 21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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