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의 모기업인 네덜란드 스포츠카 회사 스피케르는 14일 “저장성 칭니엔롄화(영맨모터스·ZYLA)자동차와 지분 29.9%를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앞선 지난달 중국 팡다자동차와도 지분 24% 인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로써 양사 지분은 총 53.3%로 과반이 넘게 된다. 양사는 이와 함께 각각 2억4500만 유로(약 3800억원)와 1억3600만 유로(21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인수건이 최종 확정될 경우, 스웨덴 자동차 회사가 모두 중국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이는 최근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004년 쌍용차를 인수했다 2009년 경영권을 포기하며 국내에도 알려진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을 시작으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상하이자동차는 현재 독일 폴크스바겐, 미국 GM 등과 손잡고 중국 내 최대 자동차업체로 떠올랐다. 지난 1~4월 판매량만 해도 137만대로 숫자만 놓고 보면 세계 10위권에 근접했다. 2009년 12월에는 GM과 손잡고 인도에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해외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2009년 1월 지리(吉利.Geely)자동차가 호주 변속기업체 DSI를 인수했고, 지난해 3월에는 볼보를 인수했다. 워렌 버핏이 투자한 회사로 유명한 비야디(BYD) 자동차도 지난해 독일 다임러와 전기차 부문 제휴를 맺은 데 이어, 4월에 일본 부품 금형공장을 인수했다.
또 결국 실패했지만 2009년 이후 쓰촨 텅중중공업이 GM 허머 인수를 시도했고, 지난달 화타이(華泰)자동차가 사브 인수를 추진했다.
현대차와 합작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베이징자동차 역시 2009년 7월 오펠, 같은 해 12월 사브 인수를 시도했다. 결국 2억 달러에 사브의 엔진.변속기 기술을 매입하는 데 그쳤지만, ‘독립선언’을 위한 기술력 확보 욕심은 변함 없다.
이렇듯 지난해 1800만대에서 매년 10%씩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의 규모를 바탕으로 성장, 이제는 내실을 키우려고 하고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이 100여개 업체가 난립한 자동차업계를 10여개 회사로 강제 ‘구조조정’ 하려는 가운데 저마다 생존을 위한 해외업체와의 짝짓기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외국계 합작회사로 큰 회사들은 이미 100만대 규모로 성장했으며, 연 10만~20만대 규모의 현지 회사들 역시 1380만대에 달하는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2010년 기준 41.1%)을 기록중이다.
한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중국에 와 달라며 구애했던 중국 업체들이 이젠 내수시장의 힘을 바탕으로 대등한 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다”며 “최근 잇따른 해외 자동차업체 인수가 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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