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값등록금 논쟁이 뜨겁다. 작년 이맘때 최대 이슈였던 무상급식의 연장이다. 여기에 무상보육, 무상의료까지 생활정치의 현안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선성장 후분배’의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실패의 결과이자 국민들이 국가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1960년대 이후 50년 동안 ‘선성장 후분배’가 지배해 왔다. 파이를 더 많이 키워 나누자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수출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2010년 GDP는 1조71억달러로 184개국 중 15위, 1인당 GDP는 2만591달러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2011.5.13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전망치).
이러한 급속한 경제성장은 다수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온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성장은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의 희생과 환경파괴를 통해 이루어진 수많은 고통의 결과다. 즉, 착취와 수탈, 배제와 억압의 사회관계와 권력관계들이 끊임없이 재생산된 결과다. 여기에 90년대 이후 시장만능주의가 사회양극화를 더욱 고착화 시켰다. 다시 말해, 세계 7위의 수출대국과 GDP 15위의 경제대국은 900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지난 20년간 시장만능주의는 경제적 양극화, 불평등, 빈곤으로 우리들의 삶을 이끌었다. 자살률 세계 1위(28.4%), OECD 평균(11.4%)보다 세 배가량 높다. 하루에 약 42명, 35분마다 1명이 자살한다. 또한 세계 최저 출산율(2010년 1.22명)과 세계 최장 노동시간(2256시간)이 우리의 삶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OECD 평균 연 1739시간보다 517시간을 더 일한다. 이를 1일 8시간 노동으로 환산하면 64.6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우리들 또한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우리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전국민 36%만이 자신의 삶에 만족할 뿐이다. 특히,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꼴찌다. 이는 미래세대의 앞날이 절망적이란 말의 다른 표현이다. 이제 시장의 신화, 경제성장을 통해서만 삶의 수준이 나아진다는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경제성장과 행복수준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했다. 소위 ‘이스털린의 역설’, ‘행복의 역설’이다. 더글러스 러미스는 “지난 100년간 자본주의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빈곤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절대 빈곤은 더욱 늘어났다. 빈부격차야말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했다. 1960년대 이래 세계 유래 없는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사회양극화가 최정점에 있는 우리의 현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로 시장은 실패했다. 그런데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말한다. 감세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재벌 대기업과 고소득층은 ‘부자감세’ 혜택으로 곳간에 돈을 쌓아두고 있을 뿐이다. 더 이상의 트리클다운(Trickle Down, 적하효과)은 없다.
복지는 권리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실현요구는 50년간 성장패러다임에 억눌려왔던 우리 현주소에 대한 반성이다. 또한, 앞날이 절망적인 미래세대에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다.
복지가 곧 경제다. 이미 복지가 경제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올 3월부터 실시된 무상급식 확대와 전문계 고등학교 무상교육으로 학교급식비 상승률(-21.3%)과 고등학교 납입금 상승률(-17.4%)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낮아지면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를 0.3%가량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이다. 정치의 계절이다. 그러나 2012년은 단순히 대표자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 50년간 우리사회를 지배해 온 ‘선성장 후분배’를 종식하고 ‘분배를 통한 성장’과 ‘자연과 공존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야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선거이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생태)복지국가로 가느냐, 시장만능주의를 지속할 것인지가 결정된다.
우리는 파헤쳐진 4대강공사 현장을 보면서 우리의 선택이 자연과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지난 4년 동안 생생히 경험하고 있다. 그것이 MB정부가 우리에게 일깨워준 교훈이다. 그리고 경제적 결정이라고 말해지는 정책결정의 대부분이 사실은 경제적인 결정이 아니라 정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도 배웠다. 그만큼 정치가 중요하다.
우리에겐 이중의 과제가 있다. 정치를 바꾸고, 바꾼 정치를 통해 경제를 바꿔야 한다. 2012년이 그 시작의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 유원일 창조한국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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