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카르스텐스 총재는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은행이 왜 그리스 사태에 관여하지 않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세계은행은 그리스의 개혁을 지원, 비용도 일부 덜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WSJ는 카르스텐스의 이번 발언이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의 표를 의식한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국가들은 비용부담을 이유로 그리스를 추가 지원하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리스는 정부가 긴축의 강도를 높이려는 데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대해 카르스텐스는 "세계은행의 자금과 전문적인 노하우는 유럽이 직면한 정치·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계은행은 금융위기 때 동유럽을 지원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를 맞아 유로존과 IMF가 마련한 구제금융 프로그램에는 세계은행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 유로존 국가들도 세계은행에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세계은행은 본래 극빈국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 정치적으로 자금을 끌어쓰기가 IMF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은행도 그리스를 지원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세계은행 대변인은 "그리스에 대한 마지막 지원은 이미 30년 전에 끝났다"며 "우리는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재개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WSJ는 당초 독일과 프랑스 등은 IMF에도 지원을 요청하기를 꺼렸다고 지적했다. IMF가 주로 개발도상국을 지원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 사태를 맞은 상황에서도 수개월간 IMF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카르스텐스는 이날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PBOC) 총재와 셰귀런 재정부장 등을 만나 자신이 IMF 총재가 되면 '위기 관리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며 지지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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