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1인 기업들의 의미와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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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6-1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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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이랜서 박우진 대표이사


최근 1인 기업(이랜서·E-lancer)이 늘고 있다. 1인 기업의 특징인 창의력(Creativity)이 시장에서 먹히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1인 기업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든 애플리케이션들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적은 자본, 창의성, 순발력으로 무장한 1인 기업들은 IT분야뿐만 아니라 출판, 디자인, 의류, 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무대를 넓혀가는 중이다.

1인 기업의 증가현상은 일시적이기보다는 21세기의 중요 트렌드라고 판단된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건물은 앞으로 25%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기업들이 전자상거래로 옮겨가고 회사 내부를 네트워크 구조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20년 전만 해도 독일 직장인들 가운데 43%가 직원이 500명 이상인 회사에서 일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겨우 27%만이 그러하다.

미국에서는 1400만명이 자영업을 하며 830만명이 독립된 계약자로 일한다.

1인 기업의 시작은 중세 유럽으로부터 기원한다. 14세기에서 16세기에 걸쳐 유럽 전체를 돌아다니며 전쟁을 치르던 전사들이 있었다. 특정인을 위해 일하고 돈을 받거나 명예와 부를 얻기 위해 전투에 나가던 이들을 일컬어 '콘도티에리'라고 불렀다.

영국인들은 이들을 '프리랜서'라 일컬었는데 자유 의사에 따라 창을 든 사람이라는 뜻이다. 프리랜서는 특정 권력자에게 속하지 않고 한 전투가 끝나면 다른 전투를 하기 위해 전쟁터를 떠났다. 용감하고 전투적인 이들은 '문제 해결사'로서 사회적인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고 한다. 이들이 '이랜서(E-lancer)'로 전자경제(Electronic Economy)의 프리에이전트로서 다시 부활한 것이다.

MIT 미디어랩의 석좌교수인 토머스 말론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이랜스 경제의 태동(The dawn of the E-lance Economy)'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21세기의 경제체제는 탈중심화가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이며, 앞으로 경제의 한 축은 네트워크로 움직이는 이랜서들이 차지할 것이라는 것이다.

1인 기업의 등장은 중세로부터 이어져 온 경제활동의 중요한 축으로서의 사회·경제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석학들은 설명한다.

인류는 이제 모여서 일하지 않고 연결만 돼도 엄청난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개개인의 창의력이 모여 커다란 경제가치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창의적인 인류(이랜서)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짧고 굵게보다 가늘고 길게 살아라." "먼저 승진하면 빨리 잘린다." "너무 튀지 말아라."

사회의 연공서열에 익숙한 문화가 1인 기업의 유일한 무기인 '창의력'을 거추장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지원체계가 직장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 역시 이랜서의 위축을 초래한다.

고용제도는 종업원과 고용주로 나뉘고, 종업원은 고용보험에 가입하며, 실직되었을 때는 고용보험으로부터 보험금을 받는다. 즉 1인 기업의 실업상태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제도다.

아울러 1인 기업들을 위한 정부지원 교육제도는 너무나 미약하다. 특히 세무, 법, 계약, 비즈니스 관계 등 여러 실질적인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당장 뽑혀야 할 대못은 바로 'SW기술자신고제'다.

개발자들이 정부 프로젝트를 하려면 민간단체인 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신고·인증을 받아오라는 것이다. 그래야 인증서에 기록된 연차에 따라 돈을 지급해준다는 것이다.

이 협회는 인증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개발자들에게 1인당 몇십만원을 받는다. 정부 프로젝트에 일부라도 참여하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를 따라야 하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제대로 경력을 인정조차 받을 수 없다. 과거 수행한 프로젝트의 업체들을 다 찾아서 확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SW기술자신고제는 창의적 능력과는 전혀 무관하게 나이가 몇 살인지에 따라서 급여를 주고 있다.

우습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도 월 200만원을 받는 초급 2년차 개발자일 뿐이다.

당연히 왜 1인 기업이 돼야 하는가에 강한 회의감과 자괴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소프트웨어 코드를 뛰어난 창의력으로 10줄로 멋지게 해결하든, 쉬엄쉬엄 하며 1000줄로 만들든 나는 2년차니까 한 달에 200만원만 받도록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창의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겠는가.

누가 왜 마크주커버그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겠는가.

SW기술자신고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우리만의 제도라고 생각한다.

1인 기업의 창의력이 우리 사회에 앞으로 더욱 더 필요한 자원이 되리라는 것은 대부분 동의하는 듯하다.

군돌라 앨리슈는 "앞으로 '당신은 어디 출신입니까?(Where are you from?)'가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Where are you going to?)'가 더 중요한 인사말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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