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원장은 지난 17일 경기도 북부청에서 열린 ‘급변하는 21세기 전문가의 자세’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안 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전문가들에게 필요한 것이 세가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세가지로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과 포용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자신의 한계를 끊임없이 넓혀가려는 마음가짐’을 제시했다.
- 다음은 안 원장의 강연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이른 아침 많은 분들을 이렇게 만나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강의 요청을 받았을때 어떤 말씀을 드리는것이 좋을까 많이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2011년 21세기 복잡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은지 저 나름대로 경험을 통해서 들려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직업은 직업이 네가지였는데, 의사였고 컴퓨터 프로그래머, 경영자, 지금은 교수입니다. 이렇게 여러가지 직업을 하다보면 남들에게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말도 안되는 실수, 시행착오를 많이 했습니다. 혹시 저보다 먼저 이런 일을 경험해 본 선배가 한분만 계셨더라면 이런 바보같은 시행착오는 겪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 나름대로 아쉬움 속에 정리를 하다보니까 말씀드릴만한게 몇 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 오늘 말씀드릴려고 합니다.
저는 경기도 내에만 10여군데 시를 정해서 강연을 하려고 합니다. 지금 현재 IT산업 분야의 발전속도는 엄청납니다. 1990년대말에 벤쳐거품이 있었지만, 그때가 1차 IT혁명 이라고하면 지금 현재 우리가 살고있는 2011년에 2차 IT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너무나도 빨리 바뀌고, 아무리 전문하는 사람들도 제대로 공부 못하면 쫓아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현재 IT의 흐름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를 알수 있는 퀴즈를 내보겠습니다. 제가 유명한 회사, 지금 막 뜨고 있는 회사 를 7개 정도 말씀을 드릴껍니다. 그중에서 몇개의 회사를 알고 있는지 한번 세어보세요. 그러면 몇 개를 아시는지 세어보신 다음에 제가 점수표를 드리면 실력점검이 가능하실것 같습니다.
7개 중 하나는 페이스북입니다. 만들어진지 7년밖에 안됐는데 지금 현재 가입자가 6억명입니다. 전 세계 인구가 60억명이라고 하면 거의 10명중에 한명, 아주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10명중에 한명이 트위터에 가입돼 있습니다. 더 놀라운건 세계 인구 60억명 중에 인터넷을 쓰고있는 사람이 20억명 정도라고 추산하면, 20억명 중에서 6억명이면, 거의 3명 중에 한명...그러니까 국가보다 훨씬 더 큰 규모라고 볼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트위터!. 트위터는 2억명이 가입돼 있습니다. 세계에서 20억명이 인터넷을 쓴다고 하니 인터넷사용자 10명 중에 한명이 트위터를 쓰고있습니다. 그리고 만들어진지 5년밖에 안됐습니다. 그리고 징가는 만들어진지 4년밖에 안된 회사인데, 무슨 회사냐 하면 조금만 게임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스마트 폰에서 앱들이 많은데요, 스마트폰만 앱이 있는게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같은 소셜네트워크에도 앱이 있습니다. 이를 만드는 회사가 징가입니다. 조그만 게임 만드는 회사하기에는, 회사 매출이 거의 1조에 육박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창업한지 3년만에 매출 1조원!.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나가는 컴퓨터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 야구단창단까지 할 정도인데요. 그 회사가 10년 만에 매출이 4천500억원입니다. 그러니까 상대가 안될 정도로 큰 회사가 최근에 탄생했습니다.
그루폰은 실리콘벨리의 역사상 가장 최단 시간내에 이익을 많이 낸 티켓몬스터, 쿠팡.. 여기 쓰시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그게 우리나라 오리지널 아이디어가 아니라 미국에서 나온 그루폰을 100퍼센트 베낀 겁니다. 전혀 우리나라에서 만든게 독창적인게 아니고 그루폰이 사실상 원조인데요, 회사가 만들어진지 3년밖에 안됐습니다.
포스퀘어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계신분들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위치정보에 대해서, 방문할때마다 기록하는 건데요, 만들어진지 2년만에 600만명이 가입돼 있습니다. 쿠어는 네이버의 지식인처럼 궁금한점을 물어보고 답을 얻는 그런 싸이트인데 지금 현재IT 전문가들이 저 싸이트가 올해 아마 가장뜨는 사이트가 될꺼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트위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올해 쿠어가 지난해 트위터같은 회사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인트타그람은 사진을 공유하는 사이트인데요, 석달 만에 100만명을 모았습니다. 엄청난 거죠.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 IT는 2007년이 분기점이었던거 같습니다. 2007년 엄청난 일들이 있었다. 애플의 아이폰이 나왔고,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사람들의 생각을 다 바꿨습니다. 또 이 때를 기점으로 해서 지금 시가 총액 수십조원에 달하는 회사 수십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회사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IT분야는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미국을 기점으로 해서 중국, 인도까지, 여기서 유일하게 빠져 있는 나라는 한국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7개 회사 가운데 몇 개의 회사를 알고 있는지 마음 속으로 세워보십시오. 채점표는 이렇습니다. 7개 회사를 다 알면 IT로 전문가입니다. 이 분야에서 밥 벌어먹어도 좋을 것입이다. 5~6개면 프로수준의 아마추어 수준이며, 주위에 문제 생기면 문제 해결의 조언 정도 할 수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3~4개면 일반사람보다 평균적으로 좀더 많이 알고, IT 쪽의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개는 매일 아침 신문 열심히 보시는 보통 분, 페이스북, 트위터 정도는 다 알 수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나머지는 설명이 필요 없겠죠?
채점표를 보여주는 이유는 복잡한 21세기를 바라보고 해석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키워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키워드가 주는 혜택은 복잡한 현상을 하나의 렌즈로 손쉽게 해석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일 것입니다. 복잡한 세상도 하나의 단어를 통해서 이 세상을 바라보다보면 훨씬 더 단순하고 거기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21세기 첫 번째 키워드는 초고속화입니다. 매일매일이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 IT의 기술 트렌드를 제일 잘 알 수 있는 사이트 중에 테크크런치라는 것이 있는데 IT 전문가들은 누구나 보고, 저같은 사람도 매일 1시간씩 팔로우업을하지 않으면 안될정도로 정보가 많습니다. 외부출장 때문에 일주일정도 안보면 줄거리가 연결되지 않습니다. 도중에 많은 일이 생겨서 도대체 왜 뉴스가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마치 한국 드라마 한회를 놓치면 줄거리가 연결이 안되는것 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많은 일이 생기고 빨리 바뀌는것이 지금 현재 21세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키워드는 영화보다가 생각났습니다. 저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의 워턴스쿨에 연구원이 아니고 시험쳐서 학생으로 갔습니다. 사실 40대 중반에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것이 외국대학에 연구원으로 가는건데 시간을 잘못 보낼것 같았습니다. 예전에 일본 규슈대학에 의사시절에 연구원으로 간 적이 있었는데 아무도 뭐라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더라구요. 정말 소중한 40대 시간을 헛되게 보내면 안되겠다 싶어서 시험봐서 대학원생으로 갔다. 그렇게 공부 열심히 하고 2008년에 귀국했는데, 와서 사람들 이야기를 듣다보니 영화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본 영화는 한편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2005년부터 2008년까지 1000만명 돌파한 영화가 그때 많이 쏟아졌더라구요. 그러니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라도 영화를 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한국영화 역대 흥행랭킹 영화를 살펴보니 1위가 ‘괴물’이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공포영화를 안 좋아해서 안보고, 2위는 ‘왕의 남자’더라. 뭔가 제목부터 끌리지 않고...이런 식으로 하다보니까 10등이 ‘웰컴투동막골’이었습니다. 800만명이나 봤고 왠지 즐거운 영화일 것 같아 봤는데 하나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주인공 다 죽어버리고, 줄거리가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북한 탈북자와 국군이 같이 힘을합쳐 미군을 무찌른다. 반공교육을 열심히 받은 입장으로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800만명이나 봤다는 것은 공감이 갔다는 것입니다. 어떤 점이 공감을 불러왔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책 역시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열심히 보는 편인데, 그 이유는 대중의 마음, 시대정신, 문화코드 이런 것들을 잘 알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베스트셀러 1위가 ‘정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책 이후에 1위에 올랐던 책이 소설가 조정래 선생님의 ‘허수아비 춤’...그게 어떻게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로비를 펼치는지 사실을 근거해서 소설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거 끝나고 나서 1위는 장하준 교수의 ‘아무도 가르켜주지않는 23가지’. 사실 이것만 보면 사람들이 현실에서 뭐를 갈구하고 있는지 정말 잘 알수 있었습니다. 베스트셀러 리스트 보면 그쪽은 잘모르지만 선거결과도 예측 가능하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왜 많이 봤을까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면 이렇습니다.
예전에는 이데올로기라든지 조직의 논리가 굉장히 중요했지만 세월이 흘러 지금 현대를 살고 있는 2, 30대 마음들은 조직의 이데올로기 논리보다도 조직구성원들 각자 개인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가치관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가치관을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는 조직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입니다. 그런 것들을 사람들이 많이 공감을 해서 웰컴투동막골가 800만명이나 동원한게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한마디로 표현한 단어가 ‘탈권위주의’라고 표현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문화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까지 전반적으로 탈권위주의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집트와 리비아를 보면 탈권위주의가 급속하게 진행된 현상들입니다.
기술부분도 마찬가지다. 오랜 경험을 토대로 보면 사회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는 기술들만 선택되고 살아남고, 그렇게 선택된 기술이 사회변화를 가속화시키는 그런 흐름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이다. 20세기 인터넷은 ‘NHN’이나 ‘다음’같은 포털이었다. 20세기까지는 고급정보를 일부 계층이나 전문가가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고, 이 사람들이 입맛에 맞게 가공해서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약 15년 전에 비행기표를 살때를 생각해 보면 될 것입니다. 여행사 직원이 주는 가격을 그대로 살 수 밖에 없던 것처럼 말입니다.
21세기에는 포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더 중요한것은 ‘웹 2.0’, 위키입니다. 이것은 뭐냐하면 이제는 더 이상 일부 계층이나 전문가가 독점하는것이 아니라 더 가치있는 정보를 대중들이 분산해서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각각의 대중들이 자기가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가치있는 정보들을 서로 내놓고, 그게 합해서 더 힘있는 정보가 되는 것이 바로 ‘웹2.0’의 힘이고, 위키피디아의 힘입니다.
기술분야에 있어서도 탈권위주의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세기 초반의 사회는 중산층이 자동차를 살수 없었고, 도심의 거주환경이 굉장히 나빴습니다. 그런데 그당시 포드자동차에서 값싸게 자동차를 만들었더니 중산층에서 자동차를 사고 대거 교외로 이주를 하게 됐습니다. 자동차 때문에 엑소더스가 시작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었고 운명이 바뀌었습니다.
산업시대 200년간 역사를 보면 사람이 기술을 만들고, 기술이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운명을 바꾸어 왔습니다. 그렇게 바뀐 사람들이 다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인터넷을 만들고, 인터넷 때문에 대통령이 다른 사람으로 뽑히게 되고.. 그 반복의 역사가 현 근대사의 역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관점에서도 탈권위주의라는 키워드가 정치, 경제, 사회 뿐만아니라 기술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확산되는게 21세기 인 것 같습니다.
세 번째 키워드는 뉴욕타임즈 기자인 토마스 프리드먼의 책을 보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는 여러가지 책을 썼는데 신자연주의의 대표적인 전도자 역할을 하는 사람일 것 같습니다. 이에 반대되는 쪽이 장하준 교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양쪽의 정보를 보고 견해를 밝혀야 논쟁이 될수 있을 것입니다.
2005년에 발간된 토마스 프리드먼의 ‘world is flat’, 세계는 평평하다. 부제가 재밌습니다. 21세기 역사책입니다. 2005년에 나온책인데, 21세기가 5년밖에 안지났는데도 너무나 많은것들이 변해서 1000페이지가 넘는 역사책을 쓸수 있다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21세기를 살고 있는데, 우리가 살았단 20세기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이런 변화를 누구도 원한 것이 아닌데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것 입니다.
토마스 프리드먼의 견해로는 10가지 정도의 힘들이 작용해서 변했다고 합니다. 이 세상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 21세기의 토대를 일으킨 첫 번째 사건은 22년전,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부터 시작이 됐다고 합니다. 베를린장벽이 붕괴되면서 공산주의가 무너졌는데, 사실은 더 큰 의미를 가진 것이 당시엔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장벽이 많았습니다. 규제장벽과 무역장벽, 통신수단이라든지 이런 모든 것이 각 국가간에 경계가 많았는데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면서 각 국가 사이에 있던 물리적인 장벽조차 허물어진 그런 계기가 마련됐다고, 굉장히 큰 사건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에 일어났던 일이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이라고 합니다. 문서의 양, 정보량의 한계가 있었는데,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그 한계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90년 중반에는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따로 떨어져 있던 개인용 컴퓨터들이 전부 물리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90년대 후반에는 표준화된 소프트웨어가 보급화되면서 이메일도 서로 주고받을수 있고, 문서도 나누면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작업환경이 조성됐습니다. 20세기 말까지 일어났던 일이 전 세계 어느 사람과도 공동작업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깔리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이를 잘 활용하려면 업무 습관이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소셜네트워크가 5년 전에 시작됐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쇼셜네트워크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다 아는 것 같습니다. 풀 포텐샤를 알게 시작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5년전에 소셜네트워크가 시작됐지만, 그것들 때문에 이집트, 리비아의 민주화가 진행되는 과정들이 생긴 이유와도 같습니다. 그래서 기술자들이 오류에 빠지는 주된 이유는 기술만 보급되면 빨리 변화가 일어나야 되는데, 이같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에 대해 답답해 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기술이 먼저 보급된 다음에 평균 3년 정도가 지나야 기술을 제대로 쓸 수 있고, 업무습관도 바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20세기 말까지 위에서 언급한 4가지 변화가 생겼는데, 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서 20세기 동안 깔아놓았던 인프라들 덕분에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됐습니다. 그래서 웹 2.0이 가능해졌고, 또는 해외 공장 이전하는 것도, 인도 쪽에 소프트웨어를 아웃소싱 주는 것도, 이런 모든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제2의 IT혁명이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2007년 당시는 불행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가 변곡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애플 아이폰이 처음 출시되고, 새로운 벤처 기업들이 생기면서, 20세기 말 벤처 거품 때문에는 돈을 벌지 못하고 1년 만에 무너지는 회사가 많았는데, 2007년부터 생긴 기업들은 실제로 돈을 벌게 됐습니다. 근데도 불행한 것은 당시가 정권교체기였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때 브레인 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그분들의 판단은 이제 더 이상 IT 분야에서는 새로운 발전을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으로 판단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점에 각 분야의 인프라로써 다른 분야들의 발전을 도와주는 융합산업으로써 발전하는 게 IT산업의 역할일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거기에 따라 새로운 정책이 생기고, 정통부 없애고 등이 진행됐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시점에 제2의 IT혁명이 진행이 되면서,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고, 새로운 IT업종 창업들이 활달하게 진행됐습니다. 미국을 시발점으로 해서 인도, 중국으로 퍼지는 이런 와중에 한국은 완전히 기회를 놓쳤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창업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나라만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고, 지금 현재에도 기회를 놓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4년 동안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컨퍼런스를 열었습니다. 벤처 캐피탈들은 무엇일까요? 벤처 캐피탈은 자기 돈을 가지고 미래에 투자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보니 그 분야에서 가장 전문가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2007년~2011년까지 IT혁명은 4가지 키워드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 4가지는 ‘모바일’, ‘소셜’, ‘커머스’, ‘클라우드’이며, 이들 네가지를 조합해 설명하면 IT혁명을 모두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4년 동안 이러한 변화들이 일어났습니다.
2011년은 많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토마스 프리드먼이나 제2의 IT혁명들을 보면서 저 나름의 키워드를 뽑는다면, ‘Convergence & Globalization’인 것 같습니다. 좌우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와 국가 간의 경계가 허물어 지는 것은 세계화입니다. 영역과 영역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융합입니다. 제가 현재 융합대학원에 가 있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습니다.
복잡한 21세기를 어떻게 설명을 할 것이냐?, 키워드 3가지만 말해보라고 한다면, 전문가들 간의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3가지를 제시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너무나도 빨리 변화하는 ‘초고속화’, 상하 경계가 허물어지는 ‘탈권위주의’, 좌우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합과 세계화’. 이 3가지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런 복잡한 세상에서 전문가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고민이 됩니다. 첫 번째는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과 포용력. 특히 융화의 시대에 중요한 것이 이것 일겁니다.
2003년 미국 출장길에 경험했던 일입니다. 애플사 제품 중 MP3 제품인 아이파드를 구매했는데 화면과 원반만 있고 스위치가 아무데도 없었습니다. 설명서를 읽지않고 제품을 사용하는 편이라 어떻게 쓰는지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설명서를 봤는데 3분 만에 세상에 저거보다 편리한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반으로 볼륨조절도 되고 음악선곡도 되고.. 지난 몇십년간 음악듣는 기계 그 통념을 완전히 깨버린, 흔히들 창조 혁신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말을 많이하긴 하지만 실제적인 구체적인 사례는 없지 않은가?..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수십년간 내려오던 볼륨과 온오프 스위치를 없앨 생각을 했는지 말입니다.
그게 궁금해서 태평양 쿠퍼티너에 있는 애플사를 찾아갔습니다. 거기서 디자인팀장을 만났는데 이런말을 했습니다. ‘옛날 같은 디자인팀들이었다면 저런 기계 만들 수 없었다’고 말입니다. 옛날에는 전자공학 전공자들끼리 모여서 회로도를 그려서 항상 단서조항을 만든 후 디자인팀에게 넘기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단서조항에 부합하면서 최고의 디자인을 만들었어야 했던 것이 상식적이고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애플사는 디자인팀을 만들었을땐 안 그랬다고 합니다. 애플사는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하다가 석사 이후에 디자인으로 바꾼사람 또는 어릴때부터 디자인을 했는데 틈틈이 자기가 노력해서 주말에 대학 다니면서 전자공학 공부를 해서 회로도를 볼 수 있는 사람, 해석할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모아서 팀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설계도를 넘겨받으면 회로도를 읽을 수 있고, 단서조항에 부합하면서도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회로도를 알고 전자공학 상식을 알다보니 저런 것이 바로 융합의 힘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한 분야만 아는 전문가는 세계적으로도 많은데 다른 분야에 대해서 전문성이 없더라도 어느정도 상식이 있고, 자기가 모르는 분야에 있어 포용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뽑을때가 문제일 것 같습니다. 저 역시 회사 운영 10년 이상을 하면서 사람을 많이 뽑아봤는데 능력있는것 같아 채용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었던 실수를 겪어왔습니다.
그래서 또 미국 실리콘밸리 출장을 갔을때 와이컨비네이터 창업자 폴그람을 만났습니다. 이 사람은 면접할 때 내가 틀릴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만 뽑는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세가지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자신있는 사람만 그말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기 실력이 자신 없다면 자기가 틀릴 수 있다는 말을 못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공격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유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 그런 사람은 10년 20년 후에 운명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같이 대학을 졸업하고 실력이 똑같을지라도 틀릴수 있다고 생각을 가진 사람은 끊임없이 공부를 하기 때문에 그의 미래는 바뀔 것이고 운명 자체가 바뀌게 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 일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인데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경험으로 볼때 기술자와 마케팅부서입니다. 두 팀을 불러서 내 앞에서 싸워보라고 하니 기술자 왈 자기는 복잡한 기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고, 매일 인터넷 검색할 정도의 상식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을 수준의 정도로 기본적인 용어정도만 말하는데 처음 듣는말 이라 하니 답답했다고 합니다. 마케팅부서 직원은 매일 신문만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을 말하는데 기술자는 말도 안된다고 딱 잡아떼서 답답하다고 합니다.
중간에서 제가 볼 때는 기술자 입장에서 매일매일 그 이야기를 하고 접하다 보니 상식이 돼서 이 정도를 모르고 있는 세상에 있겠느냐의 취지로 이야기한건데..하지만 마케팅 하는 사람에게는 상식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마케팅하는 사람들도 매일 고민하고 이야기 하는 것도 똑같은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상식이라는 말 자체가 다른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상식이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레오나르드다빈치 시절의 경우 레오나르드 다빈치는 그림도 그리고, 예술가, 공학자를 역할까지 했습니다. 당시는 모든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전문성이 점점 강화되다 보니, 오히려 각 분야 사람들에게는 상식이지만, 다른 분야 사람들에게는 상식이 아닌 분야들이 점점 생기기 시작했했습니다. 상식이 겹쳐지지 않는 것입니다.
각 전문가들의 상식이 겹치지 않는 시대가 지금 21세기의 대표적인 현상인 것 같다. 상식은 커먼센스(Common-Sense)입니다. 커먼(Common)은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것입니다. 센스(Sense)는 노력 안 해도 일반사회 생활하면서 노력 없이 누구나 자연스럽게 채득하는 것입니다. 이는 널리지(Knowledge)와 구별됩니다. 상식은 일반 사회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아는 공통적인 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상식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식이라는 단어는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되는 것처럼 생각을 하다보니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한테는 상식이지만 다른 분야 사람한테는 상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내가 모르는 분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이런게 융합의 시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전문가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한테는 책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일년에 100권 정도를 읽는다. 이 친구가 한권의 책을 읽다가 무릎을 탁 치며, 감탄한 책이 있었다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얼마전 다른 친구와 사소한 말다툼을 벌였지만,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 친구가 다른 친구와 말다툼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을 써먹었더라면 통쾌하게 이겼을 것라고 쾌재를 불렀다고 합니다. 이후 이 친구는 말다툼을 벌인 친구가 주로 지나는 길목에서 마주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번 이기지 못한 말싸움을 이기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친구에게 말을 했습니다. ‘더 이상 책을 읽지 말라’고 충고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의 잘못된 상식을 교정하고 , 자신이 모르는 분야의 영역을 넓히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책을 읽으면서 자기가 맞다는 증거만 수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자신 주변에 스스로 벽돌을 쌓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사람의 경우 세월이 지나면 책을 읽어서 상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만든 성역 속에 갇혀서 좁은 벽돌 사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우물안 개구리’가 스스로 되어 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책을 읽을 때도, 다른 전문가와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이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도요타 ‘T자형’ 인재가 그래서 나왔던 것 같습니다. T자형 인재는 지금은 어렵지만, 옛날에는 잘 운영이 됐습니다. 도요타에서 자동차를 만들려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모아 프로젝트를 실행했지만, 서로 싸우는 턱에 결국 자동차를 못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요타에서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제는 한 분야의 전문성만을 가진 전문가들은 쓸모가 없다고. 한 분야의 전문성은 필수이고, 이뿐만 아니라 최소한 자기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도 어느 정도 상식이 있고, 포용력이 있는 사람이 진정한 전문가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과정에서 도요타의 T자형 인재상이 나왔던 것입니다.
즉 진정한 전문가는 두 가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수직막대기’,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성. ‘수평막대기’의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과 포용력. 하지만 둘 중에 한 가지만 갖춘다면 진정한 전문가는 될 수 없습니다. 수직과 수평 막대,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전문가만이 21세기에 필요한 진정한 전문가라고 생각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저는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었던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를 시험을 칠 때의 경우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한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100점 받을 실력을 갖췄습니다. 그래서 자신만만하게 시험장에 갔는데, 방심해서 정답을 하나씩 내려 적어 0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이 학생에게 ‘성적이 왜 이렇게 안 좋냐’고 묻자, 이 학생이 화를 냈다고 합니다. ‘나의 실력은 100점이다. 하지만 실수를 해서 0점을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대학입시나 국가 공인시험일 경우 이 같은 설명이 되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결국 점수는 그 사람의 실력이고, 그 사람의 실력을 대변하는 것이며, 복잡한 시대의 추세입니다.
전문가 실력도 마찬가지입니다. 20세기만 하더라도 전문가의 실력은 전문지식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은 수식이 바뀌었습니다. 21세기 전문가의 실력은 전문지식(knowledge) 곱하기 커뮤니케이션 능력(Communication)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자기가 아는 걸 상대방의 논 높이에 맞게 전달하는 능력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야 전문가가 모여서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가를 영입해 프로젝트에 투입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런데 이 전문가가 실력은 좋은데 성격이 좋지 못해서 주위 사람들이 너무 상식적인 것을 모른다고 질문하면 그걸 자신에게 물어 본다며 화를 냅니다. 이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이 전문가에게 질문을 하러 갈 때마다 화를 내거나 책을 찾아보라고 핀잔을 주면 어떨것 같습니다. 결국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한 사람들이 이 전문가의 도움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프로젝트를 끝내게 됩니다. 그럼 주위사람들이 물어 봅니다. 세계 수준의 전문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세계적인 전문가데 대해서 좋은 평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전문가 역시 혼자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없으며, 팀을 구성해 진행하지도 못하는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그 전문가의 실력은 0점이다. 이 경우 널리지는 100점일지 모르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0점으로, 전문가로서의 능력도 0점입니다.
그래서 내가 궁금했던 것은 왜 도요타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았을까였습니다. 도요타의 T자형 인재상은 한사람의 마음가짐입니다. 즉 자기 실력도 갖추고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상식이 있고 자기가 틀릴 수도 있다는 포용력입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별개입니다. 상대방 눈높이에 맞게 전달하는 능력이 없으면, 더중요한건 상대방 눈높이에 맞춰서 듣는 능력이 없으면, 커뮤니케이션 능력 중에서 절반 이상은 듣지 못하게 됩니다.
흔히들 커뮤니케이션 능력 하면 말잘하는것 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게 듣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듣기만 잘해도 문제가 많이 해결됩니다. 대학에서 4년째 있는데 가끔씩 보는 것이 그전에 평교수였다가 보직교수가 되면 회의를 할때 90% 이상 본인 얘기만 하고 사람들 얘기는 듣지 않고 나가 버립니다. 그러면 옳은 말을 할지라도 나머지 평교수들의 불만이 많고 적이 됩니다. 사실은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면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 듣고나서 결정만 하면 됩니다. 그런 오류가 많습니다.
도요타 T자형 인재상으로는 부족하고 커뮤니케이션 인재상으로는 반드시 필요한 데 왜 도요타에서는 그런걸 알았을텐데도 빼먹었을까요?
고민을 했는데 나름대로 결론은 일본사람이라서 그런것 같습니다. 의사시절에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규슈대학에서 연구원을 했는데 그 때 보니까 제일 다른 모습이 지하철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면 신문을 볼때 확 펼쳐서 주변사람 시선가리고 폐 끼치며, 자기 신문보고 그랬습니다. 바로 그 당시에 후쿠오카에서 지하철을 타면 자신의 허벅지 위로 수직으로 선을 그어서 그 공간만 자기 공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공간에 맞춰서 신문을 수직으로 접어서 긴 부채처럼 신문을 보는게 일본사람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기 몫을 해야 다른 사람에게 폐를 안끼칠수 있다라는게 일본사람들의 가장 큰 정서인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린시절부터 교육을 받을때 세상을 사는데 다른 사람도 나와 한 공간을 공유하면서 같이 살고있다, 그 인식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이 되는 것니다. 상대가 있어야 되는거니까요.
그런데 그것에 대해 일본사람들은 어릴때부터 강박적으로 교육을 받아서인지 강조 안해도 됐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도요타에서는 두가지 T자형 인재형만 이야기하면 됐는데 한국은 어떤가요?
한국은 모두다 개인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T자형 인재를 강조하면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강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세가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심어주는 것이 한국에서는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3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세가지 요소를 가장 잘 나타낼 알파벳을 생각해보니 삼각형과 가장 가까운 ‘A’가 떠올랐습니다. 도요타의 T자형에서 가장 좋았던게 수직 막대기, 수평막대기..그림으로 쉽게 설명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억지일수 있으나 한자로 사람 인자에 도중에 가교가 놓여있는게 A입니다. 즉, ‘A’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이라든지 가교 역할 이런것을 잘 나타내주는 알파벳입니다.
도요타의 T자형 인재상은 일본인 인재상이고 한국사람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한국형 인재상은 ‘A형’ 인재상이겠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전문가로 사는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세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한 분야에 대한 깊이있는 ‘전문지식’입니다. 전문지식이 없으면 전문가로 성립이 안되기 때문에 필수사항입니다. 또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과 포용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자기의 한계를 끊임없이 넓혀가려는 능력, 노력’입니다.
세상이 너무나 복잡하고 항상 선택의 문제에서 사람들이 방황하는 세상이다보니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가장 가까운 내용의 신문기사가 있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이라크 전쟁때 사항 최초로 여성으로 종군기자로 파견된 조선일보 강인선 기자의 글입니다. “25일 오전 기사를 쓰고 있는데, 부대를 총지휘하는 대령이 찾아와서 돌아가고 싶냐 묻는다. 나는 바그다드까지 가서 이 전쟁의 끝을 보고 싶은 생각과 이쯤에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반반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대령은 내 옆자리에 앉았다. ‘1976년, 내가 한국의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할 때 북한군의 총격에 맞아 팔에 부상을 입었지요. 8.18 도끼만행사건 직전입니다. 죽기 싫어서 상관에게 남쪽으로 옮겨 달라 했습니다. 그는 내게 여기서 도망치면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도망만 칠 것이라고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습니다.’ 그 대령의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당신이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라고 생각해 돌아간다면 지금 그은 그 선이 평생 당신의 한계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옳다고 판단하는 일을 하십시오. 도와 드리겠습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나는 막사 밖으로 나가서 다시 불어 닥치기 시작한 모래돌풍 속에서 한참 동안을 멍하니 서있었다. 선택할 수 있어 너무 괴롭다.”
이 신문을 보고 든 느낌이라는게.. 사실 저때가 인류 역사상 종군기자가 가장 많이 죽었던 시기입니다. 매일매일 하루하루 실제로 죽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누군들 무섭지 않았겠습니까?. 사람은 합리화의 동물이라서 극한 상황에 직면하면 물러설 이유가 1만가지 이상 동시에 떠오르는게 사람입니다.
한가지 일화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닉슨 대통령때의 일입니다. 6.25전쟁 이후에 중국과 미국은 국교가 단절됐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면 중국 마오저퉁과 국교수립을 위한 정상회담을 해야했습니다. 그러나 번번히 결렬됐고, 세월이 흘러 닉슨이 대통령이 됐습니다. 이번에도 정상회담을 하게 됐는데 그 전에 워싱턴포스트에서 미국내 대 중국 전문가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게 됐습니다. 정상회담 결과를 예측해보라고 한 결과 80% 전문가들이 실패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정상회담 결과 전격적으로 국교수립이 됐고, 헬리키신저라는 전설적인 외무부장관이 국제 무대에 등장하게 됐습니다.
회담 직후 그 전에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를 불러 정상회담 직전에 설문에 응했던 답변이 뭐였냐고 다시 물었더니 이번에는 80%가 성공을 예측했다고 답했다합니다. 왜 이런 이상한 일이 생겨났을까요?. 심리학적으로보면 간단합니다. 사람은 자기 스스로의 방어본능이 발달해서 무의식에서 자기 기억을 바꿔놓는다고 합니다. 옛날 친구와 만나서 예전 얘기를 하다보면 기억이 서로 다른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사실은 50% 확률로 친구의 기억이 옳고 자신의 기억이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열심히 산 사람일수록 가짜 기억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자기 보호 본능들이 발달한 것이 사람인지라 이때도 그런거였습니다.
자기 합리화를 하는 순간은 그 당시는 느끼지 못하지만 자기 평생에 다시는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만드는 순간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기회를 기약한다는 것은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고 다음 기회에도 절대로 다른 선택을 못하는게 사람입니다. 어쩌면 이런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책을 쓸 때도 언급을 했습니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 싶은 순간에도 자기 합리화의 순간이 아닌건지 자문을 해보면 다른 결과를 얻을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많은 전문가들이 딜레마에 봉착할때마다 한번씩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될만한 그런 부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면 21세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에는 3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초고속화’!. 너무나 많은 변화들이 단시간에 생기는 그런 세대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위,아래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탈권위주의’ 시대가 현대시대의 특징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좌,우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세계화 및 융합의 시대’입니다.
특히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전문가들에게 필요한 것도 3가지 인데 첫 번째는 자기가 하고 있는 분야 뿐만아니라 자기의 상식만 고집할것이 아니라 내가 틀릴수도 있다는 열린마음.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과 포용력’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래서 다른 분야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서 이야기하고 그사람 말을 경청할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겠습니다. 세 번째는 ‘자신의 한계를 끊임없이 넓혀가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겠다. 최선을 다했다는 순간에도 자기 합리화의 순간은 아닌건지 한번 더 자문해보는 태도가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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