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의 한 총경급 간부는 “오히려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잘못하면 검사의 권한을 더 강화할 소지가 있다. 검찰 개혁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 합의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표한 합의안에는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 기존의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을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로 고쳐 검찰의 지휘권을 명시했다.
또 2항에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하여 수사를 개시, 진행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해 경찰이 자체 수사개시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경찰측은 사법경찰관의 역할을 규정하는 형소법 196조 첫 항에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내용이 들어갈 경우 기존 형사소송법과 다를 바가 없고 검사의 지휘권만 더욱 강조됐다고 주장해 왔다.
경찰은 "현재 사건의 98%를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하고 있으며 검찰의 수사는 2%밖에 안되는 현실을 고려해도 경찰이 수사의 보조자가 아닌 주체로 인정받는 게 196조 첫 항에 들어가는게 옳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경찰청의 경정급 간부는 “(이번 합의안은) 기존 196조 1항을 2개로 나눠놓은 것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할 것이라면 논의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매우 미흡하고 달라진게 없다”고 토로했다.
평소 검ㆍ경 수사권 조정에 관심이 많았다는 서울 시내 경찰서의 간부는 조현오 경찰청장이 왜 이런 조정안에 합의했는지 알 수 없다며 “정부 합의니, 입법적 결단이니 오랜 수사권 조정 문제가 최종 타결된 것처럼 비쳐지면 경찰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이어 “형소법은 한번 바뀌면 수십년을 가야 하는데 이 합의안대로라면 안 바뀌는게 낫다”며 “검찰 개혁은 곧 다시 불거질 파괴력있는 과제인데 그때 가서 `이미 끝난 얘기 아니냐‘는 식으로 넘어갈 수 있다. 경찰은 이번에 개정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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