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재천 기자) 홈플러스 경영진의 모럴해저드가 극에 달했다.
20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승한 회장, 설도원 부사장 등 홈플러스 등기임원 4인은 지난해 총 69억 9800만원의 연봉을 받아 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개인으로 환산하면 1인당 17억 5000만원의 연봉을 받은 셈이다.
고객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이승한 회장의 '가치점' 주장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특히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이 강조되는 가운데 협력업체들은 생존까지 우려하는 상황에서 대형 유통업체 임원들의 연봉이 20억원에 육박하는 것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금액은 경쟁사인 이마트(13억)나 롯데마트(12억)보다도 크게 웃돌아 주목을 받고 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억제 등을 통해 확보한 수익이 등기임원 주머니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분석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승한 회장,설도원 부사장을 비롯한 4인의 임원 연봉을 일반 직원 연봉과 비교하면 무려 80배에 달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홈플러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2200만원이다.
평균 근속기간이 4년인 남자 직원의 연봉은 2900만원이고, 여직원은 1600만원에 불과하다.
판촉사원이 포함됐기에 급여가 낮아졌다는 게 홈플러스 측 입장이지만 이승한 회장을 비롯한 4명의 임원 보수와 비교하면 무려 80배나 차이가 난다.
사실 이승한 회장은 지난 2000년대 초반 국내에 할인점 대신 '가치점'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할인점의 고급화'를 선언했다.
동시에 '홈플러스의 업태는 할인점이지만 백화점에 버금가는 상품과 서비스를 갖춘 가치점으로 승부하겠다'는 포부도 내비쳐 세간의 화제가 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마진율이 적은 할인점 콘셉트를 버리고 '가치점'을 내세우면서 국내 할인점 업계의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따라서 이번 금감원 자료에서 알 수 있듯 이승한 회장은 제품 가격을 올려 '등기 임원 배불리기'에 연연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 관계자는 "4명의 임원 가운데 2명의 외국인 임원에 대한 비중이 높다"면서도 이승한 회장보다 보수가 많은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했다.
그는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보수한도가 책정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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